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이 31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
정 이사장은 향년 79세를 일기로 지난 29일 별세했다. 법정 민주화운동 이외의 사건으로 전과가 있다는 점이 문제가 돼 국립묘지 안장 심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의 지시로 30일부터 이틀간 긴급 서면심의가 진행됐다. 보훈처는 31일 정 이사장을 안장 대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전남대 재학 중인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 반대 시위 등에 참여했던 일로 전과가 생겨 발인을 하루 앞둔 30일까지도 국립묘지 안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법정 민주화운동 이외 사안과 관련한 범죄 경력이 있으면 국립묘지 안장 심의를 재검토하도록 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전날 광주로 내려가 고인의 빈소를 조문한 박 보훈처장은 “지체 없이 명예롭게 안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정기 심의 대신 긴급 서면심의가 진행됐다.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매월 2회 정기적으로 대면회의를 개최하고, 필요 시 서면심의를 개최한다.
보훈처의 발 빠른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의 정신이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이사장은 1964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맡았고 이듬해 한·일협정 반대 투쟁을 이끌다가 구속, 제적됐다. 그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당시 김 전 대통령 자택에 방명록을 남겼다는 이유로 혹독한 고문을 받고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수괴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1982년 특사로 석방됐다. 이후에도 시국 사건에 뛰어들어 30~40대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이날 정 이사장과 김 전 대통령의 구술 동영상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1980년 교도소 수감 당시 정 이사장이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내 자백이 불가능한 상태를 만들어 수사를 막고자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정 이사장이 그해 4월 김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것은 박관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의 요청으로 김 전 대통령에게 강연을 요청하러 간 것이라는 증언도 담겼다.
김대중도서관은 이 자료에 대해 “정 이사장이 혹독한 고문을 받고 사형 선고까지 받게 된 것이 전두환 신군부가 5·18민주화운동을 내란음모 조작 사건과 연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당시 상황을 잘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정우진 양한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