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서 작은 고깃집을 운영하던 조모(58)씨는 지난해 말 가게를 접었다. 직장생활 25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고깃집을 연 것은 2019년. 몇 달 뒤 코로나19 대유행이 덮치며 장사를 이어가던 2년여 동안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폐업처리마저도 조씨에게 상처로 돌아왔다. 폐업 신고를 한 시점 탓에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하필 지난해 12월 중순 폐업 신고를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 당일까지 사업자등록번호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만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며칠 차이로 600만원이 사라지는 상황이 빚어졌다. 그는 “방역조치에 충실히 따르느라 돈도 제대로 못 벌고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마지막 보상마저 받지 못했다”며 “쓸데없이 부지런히 폐업 신고를 해서 눈앞에서 600만원을 놓쳤다”고 한탄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 이틀째인 31일 조씨처럼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지급 기준’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해 5월 개업한 경우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많으면 손실보전금 신속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2020년 11월 이전 오픈한 사업체는 2020년 상반기와 2021년 상반기,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하반기를 다양하게 비교해서 가장 유리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지난해 11~12월 문을 연 사업체에 600만원이 지급되는 점이 꼽힌다. 그 무렵 사업을 시작한 경우 해당 업종의 평균 매출액 증감에 따라 수급 여부가 갈린다. 한 소상공인은 “작년 12월에 개업한 어떤 사장님은 방역조치로 고생한 것도 없다시피 한데 어제 600만원이 통장에 꽂혔다더라”며 “못 버티고 나가떨어진 사장님들만 불쌍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 사례처럼 폐업 시점으로 수급이 갈리는 것은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손실보전금을 지급할 때 폐업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폐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방증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다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았던 유모(42)씨는 전날 700만원 신속지급대상자라는 문자를 받았다. 유씨는 “개인 사정으로 폐업 신고가 늦어졌는데 뜻밖에 손실보전금을 받아서 얼떨떨하다”며 “임대료를 내야 하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분들은 폐업을 늦출 수 없었을 테니 그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지급되는 금액이 크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도 더 짙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손실보전금 지급 현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민원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 기준대로 지급하는 것뿐인데 현장 인력이 느끼는 부담과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손실보전금은 최소 600만원이고, 사업체를 여러 개 운영하는 경우 최대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1차 방역지원금 100만원, 2차 방역지원금 300만원과 비교하면 배 이상 높아졌다. 카페를 운영 중인 양모(36)씨는 “무려 600만원이다. 못 받아서 씁쓸하다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라며 “확인지급 대상이라 기다리고 있다. 남들은 어제오늘 다 받았는데 나는 못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부익부 빈익빈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매출액 규모에 따라 연매출 4억원 이상이면 1000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사업체를 여러 개 운영하면 최대 2000만원까지도 받는다. 매출이 큰 만큼 손실 규모도 클 수 있지만 많이 벌었던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게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서울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사업체를 여러 개 운영한다는 건 그만큼 여력이 있다는 소리 아닌가. 그런데도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니 어이가 없다”며 “여유 있는 사람들의 투자 리스크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게 과연 공정한 보상인가”라고 되물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폐업 소상공인 지원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폐업한 소상공인에게 폐업점포재도전장려금 50만~100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이번 손실보전금은 영업 중인 사업체를 지원하는 게 원칙이지만 폭넓은 지원을 위해 일부 폐업 소상공인분들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지난 2년 간 피해규모를 산출해 지원하는 손실보전금 취지를 감안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영업한 사업체를 지원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