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자 이탈하나… 증시 상승에도 가격 하락 ‘디커플링’ 발생

입력 2022-06-01 06:00

최근 1년여간 공식처럼 여겨진 비트코인 가격과 미국 나스닥지수의 동조화(coupling) 현상이 깨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나스닥이 오르면 비트코인도 함께 올랐는데 최근 나스닥이 급등할 때 비트코인은 떨어진 것이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암호화폐 위험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나스닥100 지수가 3.3% 올랐을 때 미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2.4% 떨어진 2만8700 달러(오후 5시 기준)를 기록했다. 나스닥이 2.68% 급등한 지난 26일에도 비트코인은 0.5% 하락한 2만9000달러에 머물러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한 몸’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시장에선 둘의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 정도로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배경으로 미 투자은행 등 기관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암호화폐를 다른 자산처럼 사고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드디어 유망한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표시했다.

그렇지만 5월 중순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동조화’ 언급은 사라졌다. 나스닥 기술주가 크게 반등할 때도 비트코인은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월(28일까지) 전체 암호화페 시장에선 평균 29% 가격이 하락해 5000억 달러(약 618조원)가 증발했다. 이 통신은 “주가 상승에도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져 둘의 공생 관계가 깨진 것은 부정적 흐름을 예고하는 불안한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30일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소폭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전부터 위축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42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81억원)에 비해 28.6% 감소했다. 영업이익(2878억원)과 순이익(2068억원)도 각각 지난해보다 46.9%, 64.1% 줄었다.

다른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도 올해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50%, 77% 줄어든 1247억원과 508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 움직임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상반기 시장이 가라앉아 있는 건 사실”이라며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잠잠해지는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