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자격 변경 외국인 건강보험 유지” 인권위 권고에 정부 불수용

입력 2022-05-31 12:34 수정 2022-05-31 12:37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던 외국인의 체류 자격 변경에도 건강보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3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3월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체류자격이 변경된 외국인의 건강보험 유지에 대해 “권고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외국인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가입 유지를 부여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취지다. 또 정상적으로 국내에 머물다 치료나 소송 진행을 목적으로 단기 체류를 인정받은 외국인의 경우 오히려 보험 자격이 유지되면 보험료 체납 등의 이유로 강제 출국이나 불법체류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한 외국인노동자지원단체는 피해자 A씨의 사례를 들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해 일을 하다가 산업재해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그 사이 회사는 부도를 맞으면서 A씨는 임금을 받지 못했고 그 사이 체류자격이 만료됐다. 이후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국내에 머물면서 2020년 8월 4일부터는 기타(G-1-4)로 체류 자격이 바뀌었다.

A씨는 국내에서 일을 하며 건강보험에 가입돼있었고, 앞으로도 국내에 계속 체류할 것이라며 건강보험 유지를 원했지만 체류 자격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가입이 불허됐다. 건보공단은 “법무부 지침에 따라 ‘기타’ 체류 자격으로 머무는 외국인 가운데 인도적 체류자나 임신출산 등의 불가피한 경우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단기 체류를 인정받은 사람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한 취지는 관광 등을 목적으로 한 일시 방문자에게 건강보험 가입자격을 부여하지 않기 위함”이라며 “그런데 피해자는 보험에 가입하였다가 일정한 사유로 체류자격이 변경되었을 뿐인데 가입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피권고기관이 인권위 권고사항을 재검토해 국내에 장기체류 중인 외국인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