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사저 인근 주민 “욕 페스티벌 하는 곳 됐다”

입력 2022-05-31 09:27 수정 2022-05-31 10:28
지난 2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문 전 대통령 반대단체 집회, 1인 시위에 항의하는 마을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욕의 잔치라 해야 됩니까? 욕 페스티벌 하는 장소가 돼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주 중인 평산마을 주민이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화 인터뷰에서 확성기 등을 동원한 보수단체 ‘욕설 시위’에 이같이 고통을 호소했다.

평산마을에 사는 도예가 A씨는 이날 “문 전 대통령이 사저로 입주한 뒤로, 시위가 시작됐다”며 “저는 그분들이 보수단체라고 인정할 수 없다. 진정한 보수라면 그렇게 쌍욕을 하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보수단체라고 소리치며 확성기를 새벽부터 튼다. 그 소음은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다”며 “소음보다 괴로운 건 욕설이다. 장송곡을 트는 단체도 있었다. 백신(피해자) 관련 집회도 있었는데, 그 속에는 선동 전문가들도 섞여 있다. 그걸 또 유튜브로 방송을 하더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회관에서 화동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연이은 시위로 평산마을 일부 주민 중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70대, 80대 어르신들이 현재 치료받고 있다”며 “도시는 건물끼리 막혀 있기라도 한데, 여기는 뻥 뚫려 있지 않냐. 그 소리에 대한 피해는 상상초월이다”라고 토로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사 온 것에 대한 주민 불만이 없느냐’는 질문에 A씨는 “처음 문 전 대통령이 우리 마을로 오기로 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대통령 합류를 (동의하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을 환영하기로 결말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반대한다고 현수막을 붙인 사람들은 우리 마을 사람들 아니었다”며 “그 뒤에 다시 이웃 사람들도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사저 공사가 순탄하게 되지 않았느냐. 일부 반대하는 사람은 있으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진행자 김어준씨는 “굉장히 고통스러울 텐데 저희가 이 사안을 널리 알리겠다”며 인터뷰를 마치려 했다. 그러자 A씨는 “잠시만요. 한마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이웃사촌”이라며 “우리가 지켜줘야 하는데, 못 지켜줘서 마음이 아프다. 그 마음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