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감독상’ 박찬욱 “배우가 받았어야… 엉뚱하게 내가”

입력 2022-05-30 18:32 수정 2022-05-30 18:42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한국 감독으로는 두 번째이자 자신의 첫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연합뉴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박찬욱 감독이 30일 오후 금의환향했다.

박 감독은 이날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사실 제가 원했던 상은 남녀연기상이었는데 엉뚱한 상을 받게 됐다. 조금 아쉽다”라고 감독상을 수상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배우들이 상을 받아야 좋다. 그래야 ‘저 감독과 일 하면 좋은 상을 받게 해주는구나’하는 인식이 생겨서 캐스팅할 때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함께 귀국한 배우 박해일은 “박 감독님 덕에 처음 다녀와서 많은 걸 보고 즐겼다. 영화도 알리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감독상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충분히 받을만한 상이었고, 다음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축하를 건넸다.

박 감독은 감독상을 차지한 소감을 묻자 “특별한 감흥은 없다. 다만 걱정되는 점은 너무 아트하우스용, 소위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될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가 만드는 영화가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인 만큼 영화가 재밌어서 어쩌면 칸 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대중과 거리가 먼 예술영화로 인상 지어질까 염려되는데, 그런 선입견은 버려주시면 고맙겠다”고 언급했다.

다음 작품에 대해선 “HBO를 위한 TV 시리즈를 하면서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하고 각본을 쓰고 있다”며 “그것이 다음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고 예고했다.

박 감독은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로는 송강호를 지목했다. 그는 “당연히 함께 일하고 싶은 첫 번째”라며 “다만 (송강호씨가) 외국인 감독님과 작업을 했고, 큰 상까지 받았으니 이제 국제스타가 돼버려서 저까지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웃어 보였다.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뒤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감독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 감독으로서는 ‘취화선’(2002)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 감독상 수상자다. 박 감독 개인으로는 첫 번째 감독상 트로피다.

박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박 감독은 ‘아가씨’(2017)로도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스릴러다.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 23일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후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경쟁 부문 작품 가운데 최고점인 3.2점을 받으며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