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사형제 위헌 여부를 두고 오는 7월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부천 부모 살해 사건’ 피고인이 헌법소원을 낸 지 3년 3개월 만에 공론의 장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사형제 존폐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리는 건 2009년 6월 이후 13년 만이다.
헌재는 그간 두 차례 사형제를 심판대에 올려 모두 합번 결정을 내렸지만, 입법을 통한 사형제 개선 필요성도 주문했었다. 이번 공개변론을 계기로 사형제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공방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는 사형을 규정한 형법 제41조 1호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7월 14일 대심판정에서 공개변론을 진행키로 했다. 헌재는 청구인 측과 국회의장, 법무부 장관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등에 변론 예정 사실을 통지했다.
헌재는 “악마가 범행을 시켰다”는 말을 남겼던 ‘부천 부모살해 사건’ 피고인 윤모씨가 2019년 2월 심판을 청구한 이후 3년여간 사건을 심리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 등으로부터 관련 의견을 받았으며, 사형의 범죄 억지력 효과 등에 대한 국내외 연구 자료들도 분석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큰 사건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심리 진행 상황을 알린 뒤 1년여 만에 공개변론 일정을 잡았다.
사형제가 헌재 심판을 받는 건 세 번째다. 앞서 헌재는 두 번의 합헌 판단을 내렸지만, 1996년 재판관 7대 2 의견에서 2010년 5대 4로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이 늘었다. 1996년 합헌 의견을 낸 다수 재판관들 역시 “사형이 가진 위하(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에 의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된다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그렇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은 곧바로 폐지돼야 한다”고 했었다.
한국은 약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다. 김영삼정부 때인 1997년 사형수 23명에 대해 형을 집행한 것이 마지막이다.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이 확정된 것도 2016년 ‘GOP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 임모 병장 이후 6년이 지났다. 현재 국내 미집행 사형수는 59명(군인 4명 포함)이다.
이번 사건에서 인권위와 한국천주교주교단은 헌재에 사형제 폐지 의견을 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2017년 인사청문회 당시 “지금 생각으로서는 폐지론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임주언 조민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