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검찰개혁 내세운 文정부, 오히려 정치화시켜”

입력 2022-05-30 15:43 수정 2022-05-30 15:45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발간 기자브리핑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회원들이 발간된 책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가 검찰 개혁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검찰을 더 정치화시켰다는 비판을 내놨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오병두 소장은 30일 ‘문재인 정부 5년 검찰 보고서 종합판 - 표류하는 검찰개혁 다가오는 검찰 공화국’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또 다른 ‘적폐’로 지적된 검찰의 특수수사를 적극 활용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오 소장은 “적폐 수사 과정에서 특수수사 역량이 역설적으로 강화됐다”며 “특수수사는 용인하면서 형사부 사건에서는 직접 수사를 축소하는 절충을 택했는데, 이는 당초의 검찰 개혁 구도에서 상당히 이탈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이 특수통 검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검찰이 정치화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유승익 한동대 교수 역시 “사법정치를 무기 삼아 권력을 키운 검찰과 정치 사이의 모순적인 관계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극대화됐다”고 했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중대범죄’로 한정하면서 관련 수사 인력을 조정하는 후속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 소장은 “불충분한 후속 작업으로 검경 간 상호 협력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며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형사사법 기능이 왜곡돼 시민 불편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국 수사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거치면서 검찰 개혁이라는 의제가 정쟁의 대상으로 오도됐다”며 “이러한 실패는 검찰개혁 전 과정이 시민사회 바깥에서 진행되고 처리됐다는 점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은 시민사회 대 검찰 권력의 구도가 아니라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검찰 권력’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검찰 권력 축소와 함께 ‘민주적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는 식으로 검찰 개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또 현 대통령이 검찰 출신인 만큼 더욱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수사관과 검사 출신 인사들로 대통령 비서실을 채우고, 검사장 출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며 “검찰 조직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수사와 기소를 통치에 활용하는지 감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는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검찰수사 종합평가와 122건의 검찰 주요 수사, 검찰개혁 이행 현황 등이 담겼다. 참여연대는 2009년 이명박 정부부터 올해까지 매년 검찰 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참여연대는 14번째 보고서인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을 전국 검사들에게 직접 발송할 계획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