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택 인근에서 연일 시위를 벌여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극심한 불편을 주고 있는 일부 보수단체를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0일 경남 양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주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단체나 회원에 대한 고소 절차 등을 문의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의 직접 피해도 크지만 무엇보다 평산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자 집회 단체에 모욕 혐의 등을 적용해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수단체와 보수성향 유튜버 등은 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지난 10일부터 집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주민은 소음 스트레스 등으로 불면증과 환청, 식욕 부진 등을 호소해 병원 진료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에는 집회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시위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한 딸 다혜씨도 사저 앞 집회를 비판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다혜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이게 과연 집회인가. 총구를 겨누고 쏴대지 않을 뿐 코너에 몰아 입으로 총질해대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 증오와 쌍욕만을 배설하듯 외친다”며 “부모님은 내가 지킬 것”이라고 적었다.
다혜씨는 이날 앞서 올린 글에서도 “구치소라도 함께 들어가면 그사이라도 조용하겠지라는 심정으로 가열차게 내려왔는데 현실은 참담과 무력, 수적으로 열세. 집안에 갇힌 생쥐 꼴”이라며 “창문조차 열 수 없다. 사람으로 된 바리케이트”라고 토로했다. 현재 다혜씨의 두 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SNS에 “차마 옮길 수 없는 욕설 녹음을 확성기로 온종일 틀어댄다. 섬뜩한 내용의 현수막이 시야를 가리고 험악한 인상의 사람들이 길목을 어슬렁거린다”며 “이 지경이 됐는데도 정부와 지자체, 특히 경찰은 소음측정이나 하고 있다. 업무 태만을 넘어 묵인이 아닌지 의심받아도 할 말이 마땅찮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