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병·캔 등으로 개별 포장된 김치·고추장과 같은 가공 식료품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커피 원두와 같은 수입 기호 식품 부가세도 한시 면제 대상에 올랐다. 최근 대란을 겪고 있는 식용유 등에 대해서는 당분간 수입 관세가 면제된다. 고삐 풀린 밥상머리 물가를 잡기 위해 세금을 깎아 물가 안정 효과를 노리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물가 안정 방안을 담은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심의·의결한다. 6000억원 규모의 세금 인하 대책과 전날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한 지원책이 내용에 담긴다.
생활·밥상물가 안정을 대책 전면에 내세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물가가 치솟자 세금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단 병·캔으로 개별 포장된 단순 가공 식료품에 붙는 부가세(10%)를 오는 7월 1일부터 2023년까지 1년 6개월간 한시 면제하기로 했다. 대상은 김치, 된장, 고추장, 단무지 등이다. 수입품 중 일부 품목도 같은 기간 동안 부가세 인하 혜택이 부여된다. 기호식품인 커피·코코아 원두가 대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가의 약 9% 정도 수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할당관세’ 카드를 동원하기로 했다. 최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14대 품목에 대해 연말까지 관세율을 0%로 한시 인하한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각국에서 수출 제한 조치까지 시행했던 품목인 밀과 밀가루, 대두유, 해바라기씨유 등이 포함됐다. 급등한 수입산 돼지고기 역시 할당관세를 적용받는다. 22.5~25.0%인 수입산 돼지고기 관세율이 0.0%로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추가 조치를 더해 물가 인하 체감을 높이기로 했다. 밀가루의 경우 가격 상승분 중 70%를 정부가 추경 재원으로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비료 가격 상승과 관련해선 추경 재원 1801억원을 투입해 무기질 비료 할인 판매 비용의 30%를 정부가 부담할 계획이다. 사료비 부담이 급등한 축산업계를 위해서는 사료구매비용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서민 생계비 부담 인하를 위한 대책도 병행한다. 저소득층 긴급생활지원금을 100만원 지급한다. 선별적 재난지원금 형태로 보인다. 교육비와 관련해선 올해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를 1.7%로 동결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오르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는 연말까지 6개월 더 연장한다.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통신 업계에서 ‘5G 중간요금제’를 3분기 중 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주거와 관련해선 보유세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을 마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생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적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