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모, 한국인 최초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입력 2022-05-30 08:21 수정 2022-05-30 09:02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하고 있다. 양인모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이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페이스북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는 핀란드가 자랑하는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장 시벨리우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65년에 시작됐다. 만 30세 이하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대상으로 5년마다 열린다.

콩쿠르 심사위원단은 29일(현지시간) 결선 6명이 치른 결선 결과 양인모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양인모는 우승 외에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마그누스 린드베리 위촉곡 ‘카프리스’ 최고해석상)도 받았다. 1위 상금 3만 유로(한화 약 3760만 원)와 특별상 상금 2000유로(한화 약 250만원)를 받게 되며, 부상으로 콩쿠르 의장인 지휘자 사카리 오라모와 바이올리니스트 페카 쿠시스토의 멘토링,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과의 협연 기회가 주어진다. 또 1772년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튜린 바이올린을 최소 1년간 임대받아 사용하게 됐으며, 시벨리우스 콩쿠르 사상 처음으로 NFT(대체불가토큰) 트로피도 받았다. 이번 콩쿠르 2위는 미국 출신의 네이선 멜처(21), 3위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3)에게 돌아갔다.

올해 12회째인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는 제1회 우승자인 올레그 카간을 비롯해 빅토리아 뮬로바(1980년 1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1985년 공동 1위), 세르게이 하차투리안(2000년 1위) 등 거장들을 배출했다. 한국인 연주자로는 신지아가 2005년 공동 3위에 올랐고, 2015년 대회에서 정경화의 제자인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텔 리가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당초 2020년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지다가 올해 열렸다. 지난 3월 예선에서 240명의 지원자 가운데 본선 진출자 49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격화되면서 러시아인 2명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c)Sangwook Lee

양인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을 사사했고,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암 프리드를 사사하며 학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안티에 바이타스의 제자로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양인모는 2014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콩쿠르에 이어 2015년 또 다른 권위 있는 대회인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9년 만에 배출된 우승자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세대의 가장 재능있는 젊은 현악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보스턴 심포니홀, 라비니아 뮤직 페스티벌 등 미국 주요 무대에 진출해 음악성을 인정받았고 파비오 루이지, 네메 예르비, 정명훈 등 세계적 지휘자들과 함께 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양인모는 소속사 크레디아를 통해 “열심히 준비한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서 행복하다. 핀란드에 처음 와봤는데 관객들의 호응도 좋고 매우 따뜻해서 위로와 에너지를 얻었다. 무엇보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면서 “파가니니 콩쿠르 이후 7년만의 콩쿠르인데 다시 해보니 같이 준비하는 모든 참가자들이 주인공인것 같다. 참가자들 사이의 견제는 없었고 서로를 통해 배우는 시간이 되어 콩쿠르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제 핀란드에도 자주 오게 될 것 같고 유럽 활동이나 해외 커리어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쁘다”고 우승소감을 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