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통과… ‘영수회담’ 거절 尹대통령, 여야 대표 만날까

입력 2022-05-30 05:46 수정 2022-05-30 09:56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이 성사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제안한 ‘영수(領袖) 회담’을 거부하면서 “우선 추경안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고 전제한 바 있다.

국회는 29일 심야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을 위한 중앙정부 지출 39조원과 지방교부금 23조원을 합친 총 62조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지난 13일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6일 만이다. 6·1 지방선거를 사흘 앞두고 여야의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97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윤 위원장은 지난 28일 “대선 때 약속한 (코로나 손실보상) 소급적용 이행 방안을 논의할 영수회담을 윤 대통령에게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강인선 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야당과 소통하고 협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고 이런 의지가 확고하다”며 여야 지도부가 함께 요청하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때 전제조건으로 언급한 추경안 처리가 이뤄진 만큼 윤 대통령과 여야 수뇌부 간의 회동이 성사될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윤 위원장이 제안한 회동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다른 시각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위원장이 말한 ‘영수회담’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의 ‘담판’ 성격이 짙지만, 윤 대통령이 말한 ‘여야 지도부와의 면담’은 대통령과 국회 간의 ‘회동’ 형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앞선 윤 위원장 측 요청에 “영수 회담은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 총재를 겸하던 지난 시대의 용어다. 대통령 본인은 영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용어 사용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영수’는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뿐 아니라 다른 국회 정당 대표들과도 함께하는 자리를 원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추경안 처리에도 불구하고 회동 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있다. 우선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 이후에는 여야의 성적표가 큰 변수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 사실상 패배할 경우 지도부 공백에 따라 오는 8월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이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로 이뤄질 사안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사사건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서 정치적 갈등 사안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위원장은 이날 추경 처리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윤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다시 추진하겠느냐는 질문에 “제가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소급적용을 이번에 할 수 있게 용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추경을 처리한 이후에라도 우리 당은 소급적용을 규정하는 소상공인지원법을 개정할 예정”이라며 “이 법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으면 만날 의향이 있다. 그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