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영화사에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문성관)는 최근 영화 제작·배급사 시네마달이 ‘국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에게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시네마달은 독립영화를 배급·제작하는 곳이다. 이들은 2014년 박근혜정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적시돼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등 손해를 봤다며 1억9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영진위는 명단을 작성해 실제로 지원에서 배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네마달이 지원금을 신청했다고 반드시 지원 대상자에 선정됐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시네마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를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했다”며 “이를 통해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거나 특정 영화의 상영을 거부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네마달이 3건의 영화에 지원금을 신청했으나 받지 못한 점, 1건의 영화를 상영하지 못한 점이 모두 블랙리스트로 인한 손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더해 손해배상금을 산정했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중 정부를 비판하거나 야당을 지지하고, 세월호 참사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든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을 관리했다. 대통령비서실로부터 이 명단을 전달받은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문화예술인들에게 정부기금 지원 등을 차단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통해 전모가 드러났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이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