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재인 대통령 치매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김승희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은 “인사 대참사”라며 잇따라 반발하고 나섰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26일 페이스북 김 후보자의 발언을 다뤘던 기사를 공유하며 “국무위원은 자리 나눠먹기가 아니다”라며 “수많은 공무원을 이끌어야 하기에 도덕성이 요구되고 보건복지 영역의 정책결정권자이기에 전문성이 요구된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기준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이 낸 항의 성명서를 공유하기도 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초기 치매’ 운운하며 원색적 모욕을 가한 김승희 전 의원이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며 “‘아빠찬스 정호영’이 가니 질병마저 정치 도구화하는 정쟁 유발자·협치 파괴자 ‘막말 김승희’가 왔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반복되는 인사 대참사”라며 “국민 무시와 독주라는 윤석열 정부의 본색”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는 협치할 생각이 단 1도 없는 정부다. 오히려 국민 염장을 지르는 정부”라며 “포털에서 검색 한 번만 해 보면 이 분의 수준을 알 수 있는데, 능력도 없고 논리도 없이 막말만 일사던 사람을 이제 장관 후보로 내놓았다. 윤 대통령 참 대단하시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대통령실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소식 직후 ‘막말 정치인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인사 철학인가’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위 위원들은 “김승희 내정자는 국회의원 임기중 ‘혐오조장과 막말’로 인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이유로 지난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에서조차 탈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치불신과 혐오를 야기하여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심지어 자신들이 공천에서조차 탈락시켰던 인물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는 윤석열정부의 인사철학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무능과 남탓을 일삼고, 막말과 혐오를 조장하여 국민의힘 스스로도 자격미달임을 인정했던 정치인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내정했다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정호영 청문회에 이어 또 청문회를 치러야 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내정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건강과 복지 정책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후보를 새롭게 인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억력을 지적하며 치매를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김 후보자는 건망증은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 전용 기록관 건립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개별 대통령 기록관을 짓는다는 보도에 ‘대통령이 불같이 화냈다’는 청와대 대변인 발표가 있었는데, 그 전에 국무회의에서 전용 기록관 건립 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심의·의결했다”며 “그 국무회의에 복지부 장관님도 계셨는데 이쯤 되면 대통령 주치의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도 대통령의 기억력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고 김 의원은 “대통령을 치매 환자라고 지칭한 적이 결코 없다”며 반박했다. 결국 이 일로 민주당과 김 의원은 서로를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일까지 있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