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없는 세상에 내 자녀가 그냥 사람 대우받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치의 문제입니까? 아닙니다. 처절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열린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에서 이 같이 외쳤다.
지난 23일 일어난 두 장애인 가정의 비극을 추모하는 자리에 선 그는 지난달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자른 머리가 채 자라지 않아 여전히 까까머리를 한 채였다.
윤 회장은 희생자를 향한 묵념을 한 뒤 “수십 년 동안 이 모습을 재현하는 것 같다”면서 “두 발달장애인 가족이 사회적 타살을 당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도 깎고 단식도 해보고 농성도 하고 수십 차례 이야기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이다”고 탄식했다.
이어 “우리는 사회적 서비스가 부족해 미래를 바라볼 수 없는 장애인 가족들이다. 하지만 어느 정부도 형식적으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지역 사회에 가족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장애인 삶의) 모순 속에서 국가는 장애인 가족들에게 사회적 타살을 강요하고 있다. 과연 국가가 존재한다는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드시 담아서 발달장애 종합지원 계획을 만들기 바란다.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시라. 희망을 주신다면 우리가 지금은 힘들어도 꿋꿋하게 미래를 걸어가면서 국민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호소했다.
윤 회장의 발언에 참석자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부모연대는 추모제를 마친 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동대문 방향 1-1 출구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 이들 가족을 추모하는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설치했다. 삼각지역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동안 서울교통공사 측 지하철 보안관과 부모연대 관계자들이 한시간 가량 대치하기도 했다.
분향소는 오는 6월 2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모자가 모두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대장암을 진단받은 어머니가 30대 중증 장애가 있는 자녀를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다 미수에 그쳤다. 그는 영장 실질심사에 출두하면서 죽은 딸에게 “같이 살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