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장파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이었던 조응천 비상대책위원이 26일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586 용퇴론에 대해 “(저도) 결국 박 위원장의 편에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내용에 대해서는 평소 제가 이야기하던 것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굉장히 많았다. 대부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대화 장소, 형식, 절차 이런 게 맞았나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특정 세력에 대해서 ‘나가라’ 하는 것은 당내에서 구성원들과 충분한 논의와 동의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노력을 좀 해야 한다”며 “그런 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무리 맞는 소리라도 그래서 파열음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부르는 세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팬덤정치 근절 등을 요구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어 25일 선대위 합동회의에서는 당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의원들의 용퇴를 요구하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호중 비대위원장 등이 격노하며 갈등은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조 위원은 “(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당내 논의, 동의 과정 이런 게 생략돼 동조자가 거의 없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조 위원은 “저도 엄청 답답한데 외부에서 온 박 위원장이 저보다 몇 배는 더 답답했을 것”이라며 “작년 4·7 재보궐 패배 이후 저는 당의 무능과 위선, 오만, 독선에 대해 반성과 쇄신을 제일 크게 요구했다. 그 이후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문자폭탄도 엄청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패배 이후에도 비대위 안에서는 대선 패배 원인 분석, 이에 대한 반성 등을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지금까지 밀려와 결국 또 시기를 늦췄다”며 “이런 것이 적시에 되지 않아 말로만 ‘반성하겠다’ ‘퇴진하겠다’고 했던 것이 국민에게 불신을 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박 위원장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순수한 충정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발언을 했던 것”이라며 “그 뜻과 내용에 대해선 상당히 공감하지만 충분히 당내에서 논의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 그다음에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하지 않았던 것이 조급 아쉽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시 현장에 없어 언론만 봐서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 있었다면) 중재는 했을 것”이라며 “결국 비록 설익었지만 대의에 맞기 때문에 결국은 박 위원장의 편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