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연 1.75%로 정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데다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 등을 고려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2개월 연속 금리 인상은 2007년 7·8월 이후 14년9개월 만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3.1%에서 4.5%로 올려 잡았다. 한은이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연 4.0% 전망) 이후 10년 10개월 만이다. 한은은 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7%로 조정했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는 치솟은 물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8% 급등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실제 물가 상승 압력을 작용할 수 있는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3.3%를 나타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유는 물가 대응이 그만큼 시급했기 때문이다. 추가경정예산 집행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일부에선 다음 주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수준을 넘어서 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민생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금 경제팀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우려도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1.00%로 올렸다. 22년 만의 빅스텝(0.5% 포인트 인상)이었다. 미국의 빅스텝으로 한·미 기준금리차는 기존 1.00∼1.25% 포인트에서 0.50∼0.75% 포인트로 줄었다. 이번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현재는 0.25~0.5% 포인트로 줄어든 상태다.
미국이 올해 두 차례 빅스텝을 밟고 한국이 7월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인상)을 또 밟으면, 한·미 기준금리는 같은 수준이 된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연 1.50%로 정했다.
만약 이번에 0.25% 포인트 추가 인상이 없었다면 앞으로 미국의 한 차례 빅스텝만으로 한·미 기준금리차는 사실상 사라질 수도 있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 유출 우려를 낮추려면 원화 가치를 방어해야 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