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전자공시시스템(DART) 체계 전면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주식 대량보유자가 주식을 팔고 나서도 보고 의무를 위반하는 등의 ‘주식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조기감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목적이다. 공시심사 과정을 데이터화(化)해 대상 기업을 ‘핀셋 검증’하는 등 심사도 더 까다롭게 이뤄지도록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진행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110대 국정과제로 자본시장 투명화를 내세운 지 2주 만에 공약 이행에 시동이 걸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DART 검토시스템 재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DART 체계가 노후화돼 더 이상의 성능 개선을 이루기 힘든 만큼 전면 재구축에 나서 자본시장 투명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지분공시 기능’ 강화다. 팬데믹을 거치며 주식 거래가 늘고 증시도 급격하게 팽창하는 과정에서 부당거래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새 체계가 도입되면 대표적 부당거래 행위인 대량보유(변경) 보고 의무 위반 혐의를 빠르게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행법상 상장법인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미 5% 이상 보유한 이가 관련 주요 계약 등을 체결할 경우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 보고를 소홀히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제까지는 담당자가 기업의 공시를 일일이 확인하며 의무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장 이상징후 등을 감지하는 분석·조회 기능을 DART에 추가해 이를 자동으로 검증한다는 것이다. ‘지분공시 위반혐의 평가지표(EDVI)’를 정밀하게 보완해 위법 행위를 ‘핀셋 단속’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상장심사도 현재보다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 금감원은 공시심사 목적으로 제출받은 증빙서류에 대한 진위여부 확인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이 과정을 타 기관 공공데이터와 연계해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등 데이터화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에서 심사 요청기업의 사업자 등록정보를 추출하고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주식·사채 발행 내역을 받아오는 등 청사진이 제시됐다.
금감원의 이 같은 계획은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이 지난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지 2주 만에 나왔다. 앞서 인수위는 국정과제 ‘내부자거래 규제 강화’ 항목에서 “내부자 지분 매도 시 처분 계획을 사전 공시토록 하고 주식 양수도에 의한 경영권 변경 시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적시했다. 기업인의 부당거래를 당국이 시스템적으로 조기 탐지하고 상장심사도 엄격하게 진행하는 등 변화가 자본시장 투명성을 한 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원은 DART 체계 개편 작업을 연내 마치고 전환·안정화 작업을 거쳐 이르면 다음해 초부터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