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광기에 익숙해진 민주…광야에 홀로 선 느낌”

입력 2022-05-26 04:24 수정 2022-05-26 09:58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 쇄신을 촉구하며 지도부 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성비위 진실을 밝히는 일을 ‘내부총질’이라 폄하하고 피해자에게는 무차별적인 2차 가해를 했다”며 당에 재차 비판을 가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더 이상 암흑의 겨울 속에 살 수는 없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저에게 윤석열정부의 집권은 혐오와 차별, 분열과 갈등이 가득한 암흑의 겨울과 같다”며 운을 뗐다.

박 위원장은 “추적단불꽃의 불이라는 익명으로 활동하던 제가 마스크를 벗을 용기를 냈던 것은, 이 기나긴 암흑의 겨울을 물리쳐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면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하고, 여성할당제를 없애는 것이 공정이라 주장하는 윤석열정부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하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이어 “부끄럽게도 우리당의 벽도 윤석열·이준석의 벽보다 낮지 않다”며 “성폭력을 징계하겠다는 저에게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는 이준석 지지자들의 것과 다르지 않았고, 제 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는 그들보다 오히려 더 강한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저를 향한 광기 어린 막말이 아니었다. 그 광기에 익숙해져 버린, 아무도 맞서려 하지 않는 우리당의 모습이었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적어도 우리가 ‘민주당’이라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며 “사건의 진실을 감춰도 안 되고, 선거를 이유로 조사와 징계를 미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가해자 편을 드는 이들이, 진실을 밝히는 일을 ‘내부총질’이라 폄하했다. 피해자에게는 무차별적인 2차 가해를 했다. 명백한 폭력인데, 민주당은 이 폭력 앞에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하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끝으로 “우리당이 반성하고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까”라며 “우리당이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는 외침은 우리가 사람답게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는 절규”라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당내 성비위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에 대한 조치와 최강욱 의원의 성적 발언 논란에 강경하게 대처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부 강성 의원들과 당원들, 지지층에게 내부총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지난 24일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586(50대·60년대생·80년대 학번) 세대 용퇴와 팬덤정치 극복 쇄신안을 제기했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내분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비공개회의에서는 양측이 책상을 치고 언성을 높여가며 정면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