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절 죽였다”… ‘이예람 특검’의 과제, 유서에 있다

입력 2022-05-25 15:13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0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영정 앞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특별검사팀은 진용을 갖춘 뒤 다음달 초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안미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이 규명해야 할 주요 과제는 이 중사가 남긴 유서에 상당 부분 담겨 있다. 군의 부실한 초동 수사, 단죄되지 않은 2차 가해 문제 등이 특검의 중점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유가족이 제공한 이 중사의 유서에는 성폭력 피해 신고 이후 벌어진 2차 가해와 군 조직의 무마 시도로 고통 받았던 피해자의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중사의 휴대전화에는 그가 성폭행 피해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적은 메모들이 유서처럼 남아 있다. 유족은 이 메모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 중사는 메모에 “저 같은 여군은 죽어야겠습니다. 장모 중사(가해자)는 원인 제공을 했고, 군 조직과 주변의 시선은 저에게 압박감과 죄책감을 주었습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두가 절 죽였습니다”며 좌절과 절망을 토로했다.

당시 군 관계자들이 장 중사를 감싸거나 사건을 은폐하려는 등의 2차 가해를 한 정황도 메모에 쓰여있다. 이 중사는 “그 인간을 두둔했던 모든 사람들이 정말 혐오스럽다”며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 유난이라고 하는가. 내 입장은 되어 보았는가”라고 한탄했다.

이 중사가 성폭력 피해 신고 이후 장 중사 측의 행동으로 압박을 느끼는 상황도 나와있다. 이 중사는 “장 중사 아버지가 문자로 ‘장 중사가 명예롭게 전역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직접 알려주지도 않은 번호를 알아내 2차 가해를 했고, 장 중사는 연락·접촉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의 당부를 어기고 피해자에게 본인의 자살을 예견 가능한 사과 문자를 보냈음”이라고 썼다.

지난해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이 내용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고, 장 중사에게 군 검찰의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9년을 선고했었다.

특검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 등의 부실 수사 정황과 그 의도부터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군사경찰대대장 A중령과 수사계장 B준위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뒤 장 중사를 조사하기 전 이미 불구속 방침을 정하고,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중사는 다른 부대로 전출됐고, 피해 사실이 알려지며 여러 2차 가해가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이 중사 사건 관련 국방부에 “군 검사가 부대 관계자에게 피해 상황이나 수사 내용을 보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부분을 추가 조사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유가족은 이 중사 사건을 둘러싸고 군의 조직적인 은폐와 무마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중사의 부친 이주완씨는 “국방부에선 있을 수 없는 수사 결과를 내놨고, 그 뒤에는 강력한 군 사법 카르텔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은 이 중사 사망 사건과 연관된 공군 내 성폭력, 2차 피해 유발 등 불법 행위, 국방부·공군본부 내 은폐 무마 회유 등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