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이게 지도부냐” 박지현 “윤호중 숙고해야”…내분 점입가경

입력 2022-05-25 14:22
더불어민주당 박지현ㆍ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을 꺼내자 당내에서 즉각 파열음이 났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 때 586세대 정치인들의 2선 후퇴 선언이 있었다.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86그룹인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당사자들을 면전에 두고 퇴진론을 꺼낸 것이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참석자 다수는 박 위원장의 발언을 거세게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6·1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조율하지 않은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한 반발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에 따르면 전해철 의원은 “무슨 말을 해도 좋은데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을 하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위원장은 “이게 지도부인가”라고 외치고 회의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실 밖으로 이들의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붉게 상기된 얼굴로 회의실을 나왔다.

윤 위원장은 기자들이 ‘불협화음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게 아니다. 총괄본부장의 보고 내용은 당의 선거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박 위원장이 언급한 86 용퇴론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뒤이어 회의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온 박 위원장은 ‘안에서 고성이 들렸다’ ‘86 용퇴론에 대해 말해 달라’는 질문에 “춘천으로 급하게 가야 한다. 죄송하다”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은 전날 자신이 언급한 기득권 쇄신안을 윤 위원장이 ‘개인 생각’이라고 일축한 것에 대해선 “적어도 민주당이라면 이런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도부와 협의한 내용이 분명히 중요하지만 무엇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윤 위원장님이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