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산책하던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 견주가 구속 기소됐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이다.
경기도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이찬규)는 업무상과실치사, 수의사법 위반, 폐기물관리법 위반, 증거인멸교사의 4개 혐의로 개 농장 주인 A씨(69)를 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의 대형견은 지난해 5월 22일 오후 3시25분쯤 남양주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산책하던 B씨(57)를 습격했다. B씨는 사망했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B씨는 행인에게 발견됐다. 하지만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이미 뒷덜미 등에서 출혈이 심해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구급대원으로부터 응급처치를 받고 인근 병원에 후송됐지만 1시간여 만에 숨졌다.
119 구급대원들은 인근에서 B씨를 문 것으로 보이는 대형견을 발견하고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포획된 개는 몸길이 150㎝, 무게 30㎏가량에 이른다. 사모예드와 풍산개 종이 섞인 대형견이다.
조사 결과 A씨는 축산업자인 지인 C씨(74)를 통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분양받은 유기견 49마리를 사건 현장 인근 개 농장에서 불법 사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의사 면허 없이 개들에게 항생제 등을 주사했으며 신고 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발생 직후 A씨는 C씨에게 유기견 운반 차량의 블랙박스를 제거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있다. C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사고 이후 현장 인근 개 농장 주인 A씨를 견주로 특정해 입건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형견이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봤을 뿐 키우거나 관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사고견과 대면 조사, 현장 검증까지 이뤄졌지만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7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사고견 사육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 사고견과 거의 비슷한 다른 개가 입양됐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전문가들은 두 개가 동일하다는 소견을 냈다.
입양 견주 D씨는 “비슷한 개를 입양해 키웠지만 얼마 후 죽어 사체는 태워버렸다”고 진술했다.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경찰의 추궁 끝에 D씨는 결국 “개를 입양해 A씨에게 넘겼고 사건 발생 후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보완 수사 후 불구속 상태로 A씨와 C씨를 의정부지검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개청한 남양주지청으로 다시 이첩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관련자를 불러 전면 재조사를 했고, 경찰이 적용한 A씨의 4개 혐의 가운데 과실치사죄를 더 엄하게 처벌되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변경했다. 또 사유를 보완해 지난 13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발부받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