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대국민 사과에서 ‘팬덤정당’과 결별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총괄선대위원장인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개딸’(2030 여성 지지자)에 감사를 표시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그림 하나를 공유하면서 “시민 여러분과 나눈 온기마저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 우리 개딸님의 애정이 담~뿍 담겨서겠지요?”라며 “정말 고맙잔아(잖아)”라고 적었다. ‘이런 건 자랑하라고 배웠잼’ ‘이재명 계모임’ ‘잼파파 팬아트 절찬환영’ 등의 해시태그도 달렸다. 이 후보가 적은 ‘개딸’은 ‘개혁의 딸’의 줄임말이다.
이 후보가 이 게시물을 SNS에 올린 건 박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로부터 1시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이 후보는 박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직후 ‘어떻게 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못 봤다. 좀 이따가 보고 말씀드리겠다. 오늘 기자회견 정책 검토하느라 못 봤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후보는 1시간 정도 지난 뒤 선거캠프를 통해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 밖의 확대 해석은 경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 후보 글을 SNS에 공유하면서 “팬덤 정치와 결별하겠다는 박 위원장께 이 후보님이 화답하셨다”고 냉소했다.
그러면서 “팬덤정치에 대한 비판도 유체이탈 그 자체다. 팬덤을 활용하는 걸 넘어 장려까지 했던 민주당 아니었나”라며 “온갖 커뮤니티를 돌며 지지를 읍소하는 걸로도 모자라 자신을 지지하는 젊은 여성을 ‘개딸’로 통칭해 ‘세계사적 의미’로 치켜세운 게 이 후보라는 사실은 벌써 잊으셨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작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박 위원장 뒤에 숨었고, 국민 앞에 서서 민주당에 기회를 달라며 읍소하는 박 위원장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이 민주당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박 위원장 때문이 아니다”며 “지난 대선에서 이미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음에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본인들에게 닥칠지 모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명분도 없는 출마를 나선 민주당의 기성 정치인 때문”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면목이 없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 염치없다”며 “그렇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