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FTA, 이라크파병, 檢인사… 노무현, 큰 정치인”

입력 2022-05-25 05:17 수정 2022-05-25 09:44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함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둔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과 이뤄진 24일 만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정파적 이해보다 나라와 장래를 생각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주셨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그런 이슈에 반대가 얼마나 심했나”라며 “(노 전 대통령은) 참 큰 정치인이었고,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인사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 시절에 검찰 인사도 굉장히 공정했던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에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진석 부의장, 박병석 국회의장, 윤 대통령, 김상희 부의장,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김대기 비서실장. 연합뉴스

김상희 국회 부의장 등은 윤 대통령 발언에 맞장구를 치면서 만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정진석 부의장이 원 구성 이야기를 입에 올리자 윤 대통령은 웃으면서 “부담 주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말렸다고 한다.

참석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였던 박병석 국회의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 격차 해소, 신성장동력”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박 의장은 “여러 대통령을 모셔봤지만, 소통하시겠다고 했는데 세월이 지나면 주변에 ‘인의 장막’이 생기고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 같더라”며 “참모들 이야기를 들어 변하지 마시라”라고도 충고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정치적 현안에 관한 얘기도 일부 나왔다.

최초 여성 국회 부의장인 김 부의장은 “유감스러운 것은 젠더 갈등”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와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6시부터 박 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접견 및 만찬 행사를 진행했다. 의장단에선 정진석·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등이 접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약 30분간 접견 후 청사 인근에서 오후 8시46분까지 약 3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