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둔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과 이뤄진 24일 만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정파적 이해보다 나라와 장래를 생각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주셨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그런 이슈에 반대가 얼마나 심했나”라며 “(노 전 대통령은) 참 큰 정치인이었고,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인사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 시절에 검찰 인사도 굉장히 공정했던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 등은 윤 대통령 발언에 맞장구를 치면서 만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정진석 부의장이 원 구성 이야기를 입에 올리자 윤 대통령은 웃으면서 “부담 주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말렸다고 한다.
참석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였던 박병석 국회의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 격차 해소, 신성장동력”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박 의장은 “여러 대통령을 모셔봤지만, 소통하시겠다고 했는데 세월이 지나면 주변에 ‘인의 장막’이 생기고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 같더라”며 “참모들 이야기를 들어 변하지 마시라”라고도 충고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정치적 현안에 관한 얘기도 일부 나왔다.
최초 여성 국회 부의장인 김 부의장은 “유감스러운 것은 젠더 갈등”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와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6시부터 박 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접견 및 만찬 행사를 진행했다. 의장단에선 정진석·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등이 접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약 30분간 접견 후 청사 인근에서 오후 8시46분까지 약 3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