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수요 둔화? 데이터센터 시장은 초고속 성장한다

입력 2022-05-24 06:04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중심축이 PC, 모바일을 거쳐 데이터센터로 옮겨가고 있다. 5G, 메타버스, 인공지능(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각종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공간이다. 수만개 이상의 서버, 초고속 인터넷망 등으로 구성된다. 많은 데이터를 밀집해 놓은 공간이어서 ‘서버 호텔’로 불리기도 한다. 개인이 쓰는 각종 서비스는 물론 기업 업무에서도 클라우드 사용이 보편화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부터 메타버스까지 모두 데이터센터가 있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D램 수요가 지난해 560억100만 기가비트(Gb)에서 2026년 1918억100만 Gb로 약 3.5배 성장한다고 24일 전망했다. SSD 컨트롤러 업체인 ‘실리콘 모션 테크놀로지’의 최고경영자(CEO) 왈라스 코우는 2023~2024년에 데이터센터가 모바일을 제치고 낸드플래시 최고 수요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대만 디지타임스는 전했다.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던 PC와 모바일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가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도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서버용 메모리에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도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1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데이터센터 교체 수요 등이 많다고 추정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서버용 메모리 등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시장을 둘러싼 쟁탈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에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CXL 기반의 512기가바이트(GB, 1바이트는 8비트) D램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데이터센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기존 D램으로는 용량 한계에 도달했다. CXL D램을 적용하면 서버 1대의 메모리 용량을 수십 테라바이트(TB)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존 스토리지’ 기술 협력에 나섰다. 존 스토리지는 데이터센터에 사용하는 대용량 저장장치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스토리지 기술이다. 스토리지는 컴퓨터 프로세서가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전자기 형태로 저장하는 장소다.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해 출범한 솔리다임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SSD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두 회사는 SK하이닉스의 128단 4D 낸드와 솔리다임의 컨트롤러를 조합한 기업용 SSD ‘P5530’을 공략 무기로 내세운다. 그동안 낸드 사업 부문의 경우 모바일에 강점을 보이던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과 통합으로 기업용 SSD 시장에서도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