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을 앞둔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사상 최초의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을 놓고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벤투 감독은 23일 비대면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6월 A매치(국가대표 경기)에 소집할 대표팀 선수 2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은 당연히 포함됐다. 이날 폐막한 프리미어리그에서 23골을 기록해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핵심 공격수인 동시에 주장이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득점왕 수상은 중요한 성취다. 축하한다”며 “본인에는 물론, 소속팀(토트넘)과 한국 축구에도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것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 행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노리치 캐로로드에서 노리치시티를 5대 0으로 격파한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25분과 후반 30분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손흥민은 시즌 22~23호 골을 연달아 뽑았다. 살라는 이날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3대 1로 이긴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그렇게 손흥민과 살라는 공동 최다 득점자로 올 시즌을 완주했다. 통상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로 분류되는 유럽 5대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의 득점왕 수상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이 23골에서 페널티킥 5골을 포함한 살라와 다르게 손흥민은 필드골로만 득점했다. 손흥민의 올 시즌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유럽의 2021-2022시즌은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각축전이 펼쳐졌다. 손흥민은 과거 자신의 ‘롤모델’이었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함께 득점 순위를 경쟁했으며 오는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적으로 만날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8골‧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5골이나 많이 득점했다.
한국은 월드컵 조별리그서 포르투갈, 우르과이, 가나와 H조로 편성됐다. 객관적인 전력 평가에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이 우세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인 손흥민을 공격수로 활용하는 한국도 더는 언더독으로만 평가할 수 없게 됐다.
손흥민의 물오른 득점력은 벤투 감독의 전술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손흥민은 이미 알려진 대로 돌격에 능한 스트라이커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텅 빈 독일 진영을 육상 선수처럼 질주해 득점한 추가골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손흥민의 속도와 드리블 능력은 ‘월드 클래스’로 평가된다.
상대 수비진이 손흥민에게 방어의 비중을 높이면 황희찬(울버햄튼)과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같은 동료 공격수들이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의 짜임새를 높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모두 리그 경기에 많이 출전했다. 한국에 오면 어떤 상태인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