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시대’… 득점왕 Son, EPL역사 25명뿐

입력 2022-05-23 12:21 수정 2022-05-23 13:40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의 시대’다. 한국 축구 에이스 손흥민이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올랐다. EPL 역사상 25명에게만 허락된 자리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를 3년 만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시키는 데 앞장서며 팀과 개인의 성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손흥민은 22일(현지시간)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2021-2022 EPL 최종 38라운드에서 후반 25분과 30분에 각각 22·23호골을 성공시키며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골든부츠(득점왕)를 공동 수상했다. 팀은 5대 0 완승했다.

세계 최고 리그인 EPL에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손흥민이 유일하다.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로 넓혀도 유일한 아시아 득점왕이다. 특히 23골 중 페널티킥(PK) 골이 없어, 살라(PK 5골)보다 순도 높은 골을 기록했다.

1992-1993 시즌 출범한 EPL에서 득점왕에 오른 선수는 오직 25명뿐이다. 손흥민은 티에리 앙리, 앨런 시어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수아레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토트넘 출신으로는 테디 셰링엄, 해리 케인에 이어 3번째 득점왕이다.

손흥민은 “어릴 적부터 (득점왕을) 꿈꿔왔는데 말 그대로 내 손에 있다”며 “믿을 수가 없다”고 감격에 겨워했다. 이어 “동료들이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며 공을 돌렸다. 이날 토트넘 동료들은 2-0으로 승기를 굳히자 손흥민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려 애쓰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 매우 기쁘다”며 제자를 축하했다. 단짝이자 직전 시즌 득점왕인 케인은 손흥민과 득점왕 트로피를 든 사진을 공유하며 “손흥민은 득점왕 자격이 있다. 이번 시즌 완전히 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고 기뻐했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EPL) 득점왕은 손흥민 본인은 물론 소속팀과 한국 축구에도 중요한 사건”이라며 대표팀 ‘에이스’에게 축하를 건넸다. 김병지는 유튜브에서 “(한국축구) 100년사에 대한민국 국민이 (EPL) 득점왕을 했고 아시아 역사에서도 처음”이라며 “월드컵 4강을 기적이라 했는데 더 큰 기적을 손흥민 선수가 제일 잘하는 EPL에서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이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세계적 공격수였다”며 “득점왕 타이틀은 완벽하게 역사적, 기록적으로도 그의 위상과 위력을 증명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축구에는 재연되기 어려운 역사이고 재연된다면 그 역시 손흥민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팬들도 손흥민의 득점왕 소식에 축하와 부러움을 표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이제 손흥민이 아시아 넘버1 축구 선수” “EPL이라는 세계최고 클래스에서 득점왕이 되다니 정말 대단하다. 일본도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는 선수를 배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중국 웨이보에는 “(중국과) 갭이 너무 큰 것 같아 안타깝다. 중국인이 내 생에 탑 리그에서 정상에 설 수 있길 바란다” “한국의 축구스타 손흥민이 EPL 골든부츠를 수상한 것은 아시아인들의 자부심이다. 중국 축협은 왜 이런 천재를 키울 수 없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손흥민의 득점왕 소식에 축전을 보냈다. 취임 후 스포츠 선수에게 보낸 첫 축전이다. 윤 대통령 “득점왕은 손흥민 선수 개인의 영예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계 모두가 축하할 경사”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우리 국민에게 손흥민 선수의 득점왕 수상은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손흥민 이날 시즌 통산 14번째 EPL ‘킹 오브 더 매치(KOTM)’에 오르며 살라를 제치고 최다 수상자로 올랐다. KOTM는 EPL 각 경기를 마치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뽑는 최우수선수로 팬 투표로 선정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