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곤(57·사법연수원 25기) 신임 서울고검장이 취임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과 관련해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는 법”이라면서도 “법이 통과된 이상 우리는 그 법을 집행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며 후속 대응을 강조했다.
김 고검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해 있었던 형사사법 체계 변화에 국민께서 적응하시기도 전에, 최근 한 달 사이 입법 절차나 내용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평가되는 급박한 법률 개정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고검장은 “국가형벌권의 엄정한 실현과 함께 범죄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해 고검이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형사소송법 등 개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어려워지는 등 범죄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고검에서도 일선 청 업무감독, 항고사건의 처리 등에서 범죄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김 고검장은 특히 “고검은 ‘사건관계인을 위한 마지막 서비스 기관’”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성의를 기울여 배려하는 자세로 항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검찰 내에서 ‘비윤(非尹)’으로 분류되는 김 고검장은 1996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임관 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조실장 등을 지냈다. 지난달 ‘검수완박’ 정국에서는 검찰 내 반대 목소리를 앞장서서 대변했고, 최근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후배들의 신망도 두터워 어수선한 검찰 조직을 아우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된다.
김 고검장은 앞선 출근길에서 “지금 검찰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며 “직원들과 합심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검찰 조직 내부의 분열·갈등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는 “서로 합심해서 전체가 하나가 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단행된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 쏠림 현상이 있었다는 지적에는 “고검장 취임 첫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나중에 전체적인 인사를 보면 공정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김 고검장은 ‘검수완박’ 법률과 관련해서도 “내용하고 절차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국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직원들하고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은 검찰이 존재하는 한 지켜야 할 가치”라며 “업무 추진 과정에서 두 가치를 항상 중심축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