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가 상승하면서 내년 파종에 쓸 수입산 종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입산 종자 가격 상승은 해당 종자로 생산하는 농산물의 소매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아쇠가 된다. 특히 종자 수입량이 많은 감자, 무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종자 대란이 발생하기 전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고공행진 중인 물류 단가가 올해 파종하는 수입산 종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미 필요한 만큼 수입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상황은 예단하기가 힘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물류비가 계속 이 상태로 가면 내년에 쓸 수입산 종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은 코로나19·전쟁 등 예기치 않은 변수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는 물류비 상승을 부르는 요인이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입 컨테이너 운임은 미국 동·서부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38.9~82.8% 상승했다. 유럽 발 컨테이너 운임은 전년 동월보다 6.7% 하락했지만 여전히 비싸다. 40피트 컨테이너 개 당 운임은 199만9000원으로 공급망 이슈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1월(150만7000원)과 비교해 50만원 가까이 높게 책정됐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주로 종자를 수입한다는 점을 보면 양국 발 컨테이너 운임 상승은 수입 가격에 부담스러운 요소다. 세계종자연맹(ISF)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최대 종자 수출국은 유럽에 있는 네덜란드다.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식재료로 쓰는 토마토의 경우 네덜란드산 종자로 국내에서 재배한 제품을 주로 쓴다. 수출량 2~5위 국가(프랑스, 미국, 폴란드, 덴마크) 역시 유럽 또는 북미 국가다.
특히 수입량이 큰 품목일수록 영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입 통계를 보면 지난해 수입한 종자는 1193t에 달한다. 이 중 감자가 545t으로 단일 종자 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 수입됐다. 이어 무(266t), 배추 등 기타 채소(220t) 순으로 수입량이 많았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꼽았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공급망 이슈가 양국 정상의 입을 오르내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