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로나 방역 이유로 집회 전면 금지는 부당”

입력 2022-05-22 16:41

집회의 규모나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장소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최근 서울중부노점상연합 소속 A씨가 서울 중구청을 상대로 청구한 ‘집회집합금지구역지정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법원은 A씨의 집회금지 취소 주장은 현재 정부 차원의 집회금지 조처가 해제된 상태라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각하하면서도 “소송 비용은 피고인 중구청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14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중구청 앞 인도에서 ‘노점상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집회를 신고했다. 참석자 9인 규모의 소규모 시위였다. 그런데 중구청이 같은 해 4월 30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구역에서 집회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고시를 시행하면서 A씨는 5월 3일부터 집회를 열 수 없게 됐다. A씨는 “해당 고시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집행정지 신청 및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5월 11일 A씨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고 A씨는 사전 신고를 한 12일까지 이틀 동안 집회를 열었다. 이후 중구청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초 집회금지 고시를 해제했지만 양측의 본안소송은 남아있는 상태였다. 본안 소송에서 중구청은 “A씨가 신고했던 집회 기간이 지났고 현재 금지 고시도 해제됐다”며 A씨가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소멸해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중구청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중구청의 처분이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법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는 생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개최됐다. 참가 예정 인원은 9명으로 개최 목적에 비춰 봐도 대규모 집회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에게 집단적 의사표현을 하고자 하는 경우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집회의 자유에서 핵심적 내용”이라며 “중구청이 집회의 자유를 최소로 제한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충분히 방법을 강구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