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이 내년부터 공무원 경력자에 대해선 별도의 ‘커트 라인’을 정해 정원 외로 뽑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공무원 경력자의 최저합격 점수는 일반 응시자보다 높게 설정된다. 세무사 시험의 최소 합격 정원은 모두 일반 응시자들에게 배정된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이 같은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내년 세무사 시험부터 일반 응시자와 공무원 경력자를 따로 선발하도록 했다. 현재는 최소합격 정원(약 700명) 내에서 일반 응시자와 경력자를 구분하지 않고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공무원 경력자를 정원 외로 뽑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평균 점수가 비교적 높은 일반 응시자의 회계학 2과목 평균 점수 등을 반영해 공무원 최저합격 점수를 높이는 방식을 도입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다음 달 29일까지의 입법예고 기간, 법제·규제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9월에 공포 후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무원 경력자의 시험 면제 특혜는 그대로 유지된다. 국세 공무원 경력이 10년 이상이거나 지방세 공무원 경력이 20년 이상인 사람은 1차 시험을 면제받는다. 또 국세 공무원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 중 5급 이상으로 5년 이상 재직했거나 국세 공무원 경력이 20년 이상인 경우엔 1차 시험뿐 아니라 2차 시험 4과목 중 세법학 1·2부 2과목까지 면제받는다.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선 공무원 경력자 면제 과목인 세법학 1부 과락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세무공무원 경력자들 합격률이 치솟았다. 세무사 시험 문제 출제와 채점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가 드러났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일반 수험생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세무사 시험 등 국가자격 시험제도의 불공정한 특례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제도 개선은커녕 공무원 경력자에 대한 시험면제 특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에게 특권을 주는 제도를 공무원들이 ‘셀프 개선’ 하고 있다”거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공무원 특혜를 유지하려 한다” 등의 지적이 나온다. 한 수험생은 “시험을 면제받는 공무원 경력 기준을 훨씬 더 엄격하게 강화하든지 일반 수험생과 공무원 경력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정안에는 오는 11월 24일부터 공직에서 퇴임한 세무사에 대해 퇴직 전 근무한 국가기관의 조세 관련 처분과 관련한 수임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