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인 2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허용에 대한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나온다. 이번 판단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둘러싼 경찰과 시민단체 간 대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이날 오전 참여연대가 “서울 용산경찰서의 집회금지 처분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참여연대가 예고한 집회가 오는 21일이었던 만큼 당일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참여연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남북·북미 합의 이행 및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국방부와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를 포함해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용산 집무실 앞으로 신고된 집회 9건을 모두 금지 통고했다. 참여연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용산 집무실 앞 집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 11일 일부 인용했다.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 행진을 허용하되, 1시간30분 이내에 행진 구간을 통과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시위 장소를 ‘대통령 관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춘 집회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집회로 인한 돌발위험이 더 커졌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이전에는 광화문광장이나 청와대에서 100m 이상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부근에서 집회가 진행돼 경찰이 위험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회담장 100m 이내에서 집회를 벌일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맞아 용산 일대에 50건이 넘는 집회가 신고돼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탄핵무효운동본부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도착하는 이날 100여명이 모여 방한 환영 집회를 열었다. 한미정상회담이 있는 21일에는 전국민중행동, 자유대한호국단, 신자유연대 등의 집회가 예고됐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에도 자유호국단과 민중민주당의 집회가 열린다.
경찰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출입문, 만찬이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숙소로 사용하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인근을 주 경호지역으로 특정해 병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집무실 인근에는 울타리를 설치해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경찰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에 머무는 사흘간 2만명 이상의 경비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미정상회담 당일에는 120개 중대 경찰 7200여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전날 서울경찰청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서울의 경우 가용 경찰력을 100% 동원할 수 있는 ‘갑호 비상’을, 경기남부청의 경우 50%를 동원할 수 있는 ‘을호 비상’을 발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국빈경호 최고등급인 ‘A등급’으로 경호하고 주한 미국대사관 등도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