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암호화폐(가상화폐) 테라USD‧루나 폭락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 ‘테라 2.0’ 프로젝트 투표를 강행한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권도형씨에게 ‘독재’라는 비판이 나왔다.
테라 블록체인의 거래를 검증해온 미국 업체 올노즈 CEO 콘스탄틴 보이코 로마노프스키는 19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전문매체 더블록과의 인터뷰에서 권씨의 테라 재건 제안과 투표 강행에 대해 “일련의 처리 과정이 독재의 모습으로 보인다”며 “테라 설립자(권씨)가 커뮤니티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본인 생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노즈는 블록체인 노드 호스팅, 코인 스테이킹(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테라 블록체인의 거래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권씨가 지난 18일부터 테라 재건을 위해 시작한 찬반 투표에서 올노즈는 1.49%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권씨는 지난주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지난 14일 기존 블록체인‧가상화폐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를 제작해 ‘하드포크’를 통한 새 가상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권씨는 이를 통해 기존 지지자의 손실을 복구할 계획도 세웠다.
권씨의 제안은 가상화폐 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CEO 창펑자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도지코인 창시자 빌리 마커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이 권씨의 제안을 비판했다.
테라 관련 토론방인 ‘테라 리서치 포럼’에서 한 회원이 권씨의 제안과 관련해 찬반 의사를 물은 투표는 90% 이상의 의견으로 반대가 우세했다. 하지만 테라 블록체인에서 진행되는 테라 재건과 관련한 투표에서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10시 현재 찬성 비율은 79.09%로 우세하다. 루나 보유량만큼 의결권이 부여된 탓이다.
이로 인해 테라 재건 투표에서 권씨의 의사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다. 올노즈의 경우 1.49% 확보한 의결권을 ‘거부권을 행사하는 반대’에 사용했다. 현재 거부권 비율은 16.09%다. 거부권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3.4%를 넘기면 투표는 부결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