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부활’ 찬성 압도적… “루나 많으면 몰표 가능”

입력 2022-05-19 18:00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포털 사이트 야후 파이낸스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 영상 캡처

“투표를 1100만건의 찬성표에서 시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체불가토큰(NFT)을 주제로 SNS에서 활동하는 해외 인플루언서 ‘알렉사’는 19일(한국시간)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권도형씨의 트위터에 이런 댓글을 달아 투표 진행 방식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권씨는 테라USD‧루나 폭락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 ‘테라 2.0’을 구축할 계획을 전날 트위터에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투자자의 표결로 부쳤다. 투표는 테라 블록체인에서 전자지갑을 인증한 뒤 ‘찬성’(Yes), ‘기권’(Abstain), ‘반대’(No), ‘거부권을 행사하는 반대’(No with veto) 중 하나를 고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투표 참가자는 보유한 루나의 수량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권씨의 테라 재건 계획을 놓고 가상화폐 거물들과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빗발쳤지만, 정작 투표의 향방은 예상을 뒤집고 ‘찬성’ 여론으로 기울었다. 이날 오후 4시45분 현재 의결권을 행사한 1억4861만729표에서 77.97%(1억1587만1826표)가 ‘찬성’을 택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반대’의 비율은 20.28%(3013만7212표), ‘반대’의 비율은 0.36%(52만9995표)다. 투표는 앞으로 엿새간 진행된다.

알렉사는 ‘찬성’이 1135만399표로, ‘반대’(184표)와 ‘거부권을 행사한 반대’(10표)를 압도한 투표 초반 상황을 목격했다. 이를 포착한 블록체인 캡처 사진을 권씨에게 제시하며 설명을 요구했다. 권씨는 아직 알렉사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알렉사는 불과 2주 전만 해도 테라‧루나의 지지자였다. 지난 6일 트위터에 “테라에서 비트코인 8만394개를 매입했다”며 권씨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NFT와 가상화폐를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는 트위터에서 1만명, 틱톡에서 6만6000명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다. 권씨의 트위터에 달린 알렉사의 댓글은 곧 테라‧루나 투자자들에게 발견됐고, 논란으로 확산됐다.

SNS 인플루언서 ‘알렉사’가 19일(한국시간)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권도형씨의 트위터 계정에 댓글을 달아 투표를 1100만표의 찬성에서 시작한 이유를 묻고 있다(왼쪽 사진). 알렉사의 댓글 아래엔 투표 방식에 대한 불만이나 조작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알렉사에게 댓글을 달아 “숫자가 바뀌었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한 투표 참가자. 트위터 캡처

SNS와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선 “권씨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코인 보유량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부익부 빈익빈 투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투표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블록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수량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건 블록체인에서 일반적으로 도입된 의사결정 구조”라면서도 “루나 보유량만큼의 몰표가 가능하다. 권씨가 가장 많이 보유했다면 그의 의사대로 투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