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DJ가 바이든에게 보낸 편지…“민주화 영웅은 국민”

입력 2022-05-19 17:11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자금문제와 전두환전대통령 처리에 대한 수사등 정국현안에 대해 시민들을 상대로 당의 입장을 호소하는 장외연설을 거행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19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35년 전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던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8월 28일 바이든 상원의원에게 A4 용지 두 장 분량의 편지를 보내 같은 해 6월 일어난 민주항쟁 전후의 한국 정세를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 김대중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그는 편지에서 “1987년 6월 29일 집권 여당인 노태우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우리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고 그 결과 노태우는 영웅으로 묘사됐다”고 썼다. 이어 그는 “사실 영웅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끈질기면서도 평화롭게 시위를 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며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투쟁의 승리는 국민의 힘에 의해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여전히 군의 정치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서술하며 미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현 상황에서 군의 정치개입 위협이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며 “나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거부한다는 공개적인 의사 표시가 한국 현 정권과 군부 체제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김대중도서관 측은 “이 편지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한 민간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김대중의 구상은 실제 효과를 거뒀으며 바이든 상원의원은 케네디 상원의원과 함께 여러 활동을 전개했다”고 평가했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