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대에서 힘차게 라켓을 휘두르는 아이들, 친구들과 까르르 웃다가 책을 읽는 아이들, 긴 테이블에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완주청소년센터 ‘고래’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코로나19로 2년째 문을 닫았던 센터가 일상의 회복과 함께 다시 문을 열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달 초 재개관하면서 고산면을 비롯 6개 면 지역 청소년들이 하루 40∼50명씩 찾아오며 웃고 떠들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고산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고래’는 농협 창고건물이었다. 완주군이 2017년 7월 이를 사들여 리모델링했다. 연면적 450㎡의 2개 동은 프로그램실과 청소년아지트, 세미나실로 변신했다. 이후 농촌 아이들이 하교 후에 잠시 쉬며 공부하고 대화하는 소통의 아지트로 자리 잡으며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고래’라는 이름은 청소년들의 투표로 결정됐다. ‘고산의 미래’와 ‘오래된 미래’를 뜻한다. 더불어 넓은 바다를 누비는 거대한 포유류처럼 큰 꿈을 꾸며 세계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휴관을 반복하다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로 다시 문이 열린 뒤 청소년들의 발걸음이 다시 늘고 있다.
17일 오후 4시쯤 ‘고래’엔 막 학교 수업을 끝낸 중학생 20여 명이 책가방을 놓고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별관에서는 여학생 10명이 간식인 밤만주를 만드는 요리 수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강상엽(고산중 3년)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고래에 들러 30분쯤 쉰 뒤에 학원에 간다”며 “만약 고래가 없었다면 편의점이나 길거리에서 시간을 때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래는 안방과 같은 나만의 천국의 공간”이라며 “1주일에 4~5일은 이곳에 들러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잠시 쉬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래’는 완주군이 파견한 2명의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장형 운영위원장(고산중 3년)은 “누나를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고래를 방문했는데, 지난해 선배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위원장에 자원했다”며 “청소부터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하다 보니 꿈도, 실행의지도 단단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습과 진로 상담, 요리 체험 등 매년 진행하는 4~5개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참여 열기로 뜨겁다. 학부모들은 “고래가 있어 고민을 덜 수 있다”고 반긴다. 청소년센터도 ‘e스포츠 대회’ 개최 등 새로운 프로그램 마련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동훈 청소년지도사는 “지역 청소년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안문화의 공간이자 학교 밖 학교, 마을 도서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