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17일 강용석 무소속 후보에 대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존중해야 하는 카운터 파트”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후보는 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과 관련해선 “진척이 된 게 없다. 선거 당사자는 함부로 전망을 하면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김 후보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지난 14∼15일 경기도 만 18세 이상 남녀 80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37.2%, 김동연 후보는 34.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강 후보는 3.9% 지지율을 나타냈다. 김 후보가 강 후보의 표를 흡수하면 김동연 후보에 확연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김 후보와 강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경기지사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대장동 뿐 아니라 경기 포천과 평택 일대에서 제2, 제3의 대장동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었다. 경기도 전체가 화천대유가 될 뻔 했다”고 지적했다.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김 후보는 “대장동을 비롯해 각종 경기도 개발 사업에서 경기도민이 박탈 당한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지난달 22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약 한달 간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김 후보는 “하루 2시간 30분밖에 못 자고 있다. 그러나 도민들을 위해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경기도 시흥 한국공학대학교에서 수원 국민의힘 경기도당 사무실까지 이동하는 김 후보의 차량에 동승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이 전 지사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동연 후보가 갑갑해 할 것 같다. 경기 분당과 대장동 주민들에게는 아직 대장동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
‘대장동 카르텔’이 3억5000만원을 넣고 8000억원을 가져갔다. 그게 다 대장동 주민, 경기도민 돈이다.
부당이득이 아직 환수되지 않았고, 아픔도 치유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정말 대장동 의혹에 당당했다면 인천이 아니라 대장동이 위치한 경기 성남 분당 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왔을 것이다.”
-대장동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피해를 본 주민들의 부당이득 환수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장동을 포함해 경기도 다른 지역의 부당한 개발 사업 과정에서 경기도민이 박탈 당한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 중인데, 도민들이 부당하게 빼앗긴 돈을 되찾아 드릴 수 있다면 경기지사로서 매우 보람찰 것 같다.”
-이 전 지사와 어떻게 차별화 할 계획인가.
“제가 경기지사가 된다면 지사의 권한 가운데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철저히 분리하겠다. 지금껏 경기도정의 폐해는 공사 구분을 못 하고 권력을 사유화 한 데서 생겼다.
일단 경기지사 관사를 반납하겠다. 현재 자택에서 출근하거나 경기도청 근처 출근이 용이한 곳으로 이사 하겠다.
경기도청 감사관 자리도 측근을 기용했던 이 전 지사와 달리 감사원 출신 등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사로 구성할 것이다. 철저히 견제와 점검을 받는 도지사가 되겠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부패한다는 것은 대장동 사태나 이 전 지사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례에서 이미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나. 제가 법인카드를 남편에게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전 지사를 둘러싼 대장동·법인카드 의혹에 대해서는 향후 행정감사도 할 수 있다. 혁신 없이 성장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심(尹心)을 업고 선거를 뛴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이 주민들의 삶에 천착할 수록, 또 대통령의 현장 발언이 구체적 일수록 주민들의 삶이 크게 나아질 것이다. 그게 여당 후보가 갖는 장점이다.
윤심이 지역 주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지름길이라면, 저는 백 번이라도 윤심을 가져온다. 경기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윤심을 불러올 것이다.”
-경기지사가 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코로나19로 고통 받았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치유하는 정책 마련에 매진하겠다. 이 전 지사 때는 정말 어려운 분들을 향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농민들은 지원금으로 농기구나 농업용품을 사고 싶어한다. 청년들은 임대 보증금이 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전 지사 때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원이 됐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없었다. 이런 현실을 바꾸겠다.”
-경쟁자인 김동연 후보와 비교할 때 자신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저는 한입에 두말하지 않는다. ‘약약강강’(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다) 이라는 소신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살아왔다. 기자 시절에도 제가 발로 뛰어서 세상의 그늘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청와대와 KT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동연 후보와 지지율 박빙 구도다. 강용석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진척이 된 게 없어서 말씀드릴 게 없다. 저는 선거 당사자이기 때문에 단일화 여부에 대해 함부로 전망을 하면 안 된다. 다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강 후보는 존중해야 하는 카운터 파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강 후보와의 단일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와 강 후보가 편하지 않은 관계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걸 가지고 (언론이) 이 대표가 단일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쓰더라.”
-단일화에 대해 당 지도부로부터 따로 연락받은 게 있나.
“당내 의원들이나 지도부에서 각각 마음 속에 두신 생각은 있으시겠지만 아직 제게 본격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분은 없다.”
시흥·수원=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