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17일 검찰 재직 시절 제기된 성비위 논란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상처가 되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연히 제가 사과를 드리는 게 맞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비서관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가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국민께서 염려하고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는 ‘윤재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할 만큼 윤 비서관의 성비위 의혹에 질의가 집중됐다. 윤 비서관은 검찰 재직 시절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언행으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2002년 출간한 시집의 ‘전동차에서’라는 시에서 부적절한 성적 표현을 쓴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초반부터 윤 비서관의 성비위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고민정 의원은 윤 비서관이 2012년 7월 대검 사무관 재직 시절에 한 언행을 문제 삼았다. 고 의원은 “2차 회식 자리에서 ‘러브샷을 하려면 옷을 벗고 오라’고 하고 여름철 스타킹을 신지 않은 여직원에게 ‘속옷은 입고 다니는 거냐’고 한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당시 윤 비서관은 이 발언 때문에 ‘경고’ 처분을 받았었다.
고 의원은 같은 해에 한 여경에 ‘음란하게 생겼다’고 발언한 남자경찰 5명이 무더기 징계 처분을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어떤 발언이 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김 실장은 “두 발언 모두 부적절하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실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강득구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지적되는 부분은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비서관을 일단 엄호하고 나섰다. 박형수 의원은 “(윤 비서관이) 대검에서 했던 업무와 대통령실에서 총무비서관으로 하는 업무가 일맥상통하고 전문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윤 비서관을 마냥 두둔하지만은 않았다. 양금희 의원은 “오래된 일이고 경미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당시에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했다”며 “중책을 수행하게 된 만큼 한 치의 숨김도 없이 솔직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충분히 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은희 의원은 “훌륭한 참모라면 윤석열정부 성공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윤 비서관은 “인사권에 대해서는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윤 비서관은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꾸하면 정말 진흙탕 싸움이 되기 때문에 아무 말씀도 안 드리고 잠자코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윤 비서관은 “2003년도 일을 말씀하셨는데 격려금을 받은 날이 생일날이어서 직원들에게 소위 ‘생일빵’이란 것을 처음 당했다”며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초콜릿 케이크로 뒤범벅이 됐는데 (직원들이) ‘생일인데 뭐 해줄까’ 이래서 화가 나 ‘뽀뽀해 달라’고 했던 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시 조사받았던 것도 아니고, 조사된 것도 몰랐는데 1년 뒤에 보니 조사를 했더라”고 설명했다.
정현수 박세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