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둥근 꽃과 달콤한 향기로 완연한 봄을 알리는 이팝나무. 이팝나무는 매년 5월이면 42년 전 금남로에서 나눠 먹던 하얀 주먹밥 같은 꽃을 피워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됐다. 올해도 이팝나무가 ‘5월 광주’의 거리마다 만개했다.
42년 전 금남로를 물들였던 핏빛 대신 이팝나무 향기가 가득한 17일 국립 5·18민주묘지에 시민들의 참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유족들의 슬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30분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2주년 추모제에 5월어머니회 등 유족 200여명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유족회 주관으로 희생자 제례와 추모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헌화·분향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추모식 과정에서 유족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의 참배도 이어졌다. 지난 16일 광주 북구 양산동 인양유치원 원생 50여명이 서로 손을 잡고 박금희 열사 묘소부터 이북일 열사 묘소까지 17기의 묘소 앞에 일렬로 섰다. 선생님이 “헌화하세요”라고 구령하자 아이들은 손수 만든 종이꽃을 열사 묘소에 내려놓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수백 마리의 나비가 5·18민주묘지의 하늘을 날아오르기도 했다. 함평군은 16일 5·18 42주기를 맞아 ‘518마리 함평 나비’ 행사를 열고 순결과 평화를 상징하는 흰나비 518마리를 날려 보냈다.
시민들의 5·18민주묘지를 향한 발걸음이 계속되면서 민주묘지 참배객도 크게 늘었다. 5월 1일부터 16일까지 민주묘지를 다녀간 참배객만 1만7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000여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박해숙 유족회장은 추모사에서 “5월은 여전히 슬픔이지만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5·18정신을 선양하고 계승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