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상 적합 부처로” ‘개편·폐지’ 암시한 김현숙 취임사

입력 2022-05-17 18:41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현숙(56)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취임했다. 앞서 수차례 윤석열 대통령의 부처 폐지 공약에 찬성한다고 밝혔던 김 후보자는 취임사에서 부처 개편이나 폐지를 암시하는 듯한 표현을 다수 내세웠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김 장관 임명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상태였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고, 이 기한이 지난 뒤 임명을 강행했다.

김 장관은 발표 직후 언론에 배포한 취임사에 “지금이 우리에게 여가부라는 부처의 현재의 한계를 넘어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부처 폐지를 언급했고 이후에도 수차례 여권에서 부처 폐지 혹은 개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연상시키는 언급이다.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정책’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부처 성격 변화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남성과 여성, 어르신과 아동 모두를 배려할 수 있는 사회통합의 부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거나 부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새로운 시대상에 적합한 부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부처의 기존 성격을 바꾼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의도를 수차례 내비쳤다. 특히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첫날이던 지난 11일 여당 소속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 중 보건 분야와 질병청, 식약처를 묶고 복지 분야를 여성가족부와 합쳐 ‘복지가족부’를 만드는 안을 제안하자 “너무 좋은 말씀”이라며 적극적 동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부처 개편의 밑그림을 주요 목표로 삼을 것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김현숙 장관 취임사 전문


여성가족부 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숙입니다. 오늘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8일째 되는 날입니다. 국민께서 새 정부에 걸고 계신 기대와 여망을 실현해나갈 정부의 일원으로서,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여성가족부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는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커다란 변화를 모색해야 할 막중한 도전과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금이 우리에게 여성가족부라는 부처의 현재의 한계를 넘어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여러분을 믿고, 여러분과 함께’ 다음의 두 가지 업무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우선, 새 시대에 맞게 부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 국민께 제시하고, 구체적 실현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동안 여성가족부는 호주제 폐지와 남녀고용평등을 위한 법‧제도 개선, 일‧가정 균형을 위한 가족돌봄 지원 확대, 젠더폭력 방지 대책 수립‧시행 등 시대별로 중요하게 여겨졌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여성가족부는 우리가 받들어야 할 시대의 소명이 무엇인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부처로 대전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로 전환해야 합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급속히 변화하는 인구구조 속에서 가족 구성원의 일가정 균형을 가능케하고 다양한 가족의 안정적 삶의 여건을 보장하며, 아동ㆍ청소년 등 미래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최근 당면하고 있는 젠더 갈등과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세대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우리 부처의 새로운 역할입니다. 남성과 여성, 어르신과 아동 모두를 배려할 수 있는 사회통합의 부처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둘째,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 구현’이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촘촘한 돌봄지원체계 마련, 한부모‧다문화 등 다양한 가족 지원, 권력형 성범죄 등 5대 폭력 피해자 지원, 그리고 학교 밖‧위기청소년 맞춤형 지원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두텁고 촘촘한’ 지원체계 구축을 약속드립니다. 가정의 양육부담을 나누기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서비스 질을 대폭 개선하겠습니다. 저소득 한부모가정 아동양육비 지원을 강화하고 양육비 이행 지원을 위한 제도를 효율화하겠습니다. 권력형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 등 5대 폭력에 대해서는 신고부터 피해회복까지 피해자를 촘촘하게 지원하고, 학교 밖‧가정 밖 청소년 등 청소년의 위기 유형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새로운 부처 역할 정립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저는 무엇보다 현장과의 소통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자 합니다. 기존의 정책을 발전시키고, 매끄럽게 수행해나가는 일은 물론, 부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새로운 시대상에 적합한 부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정책 당사자인 국민 여러분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이를 정책 결정의 밑거름으로 삼겠습니다. 국회와도 적극 소통하겠습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에서 주시는 말씀 하나하나를 소중히 새기며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생산적 논의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성가족부 직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경험과 역량을 믿고, 여러분과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어렵고 무거운 짐은 제가 먼저 짊어지겠습니다. 가장 힘든 일도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공복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곧, 대한민국의 희망을 키우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며,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는 공무원의 자긍심으로 시대적 사명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나갑시다.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여성가족부장관 김현숙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