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흑발이 백발로…이낙연 “정은경, K-방역 사령관”

입력 2022-05-17 16:22
(왼쪽) 국내서 '우한 폐렴' 확진자 1명이 발생한 지난 2020년 1월 20일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상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오른쪽) 정 청장이 지난달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방안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다사다난한 임기를 마무리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에게 ‘K-방역 사령관’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에 ‘정은경 청장의 퇴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한민국을 코로나19 방역 선도국가로 만드신 정 청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준 정 청장의 공로는 뚜렷이 기록될 것”이라며 “머리 다듬는 시간, 점심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업무에 집중하고, 코로나 상황과 방역정책을 늘 꼼꼼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신 일 등은 공직자의 귀감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021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의 최종 시행방안을 발표하는 가운데 정 청장의 낡은 구두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2021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할 당시 정 청장의 모습에는 많은 관심이 쏠렸다. 브리핑에 등장할 때마다 눈길을 끈 것은 푸석해진 얼굴에 염색이 빠져 흑발에서 백발로 된 머리카락이었다. 밑창이 거의 뜯어진 낡은 구두도 화제였다.

정 청장을 임명할 당시에는 임명장 수여식이 ‘현장’에서 진행되는 이례적인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바쁜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이 직접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를 찾아 임명장을 수여한 것이다.

수면시간에 대한 공식 질문에 대해서는 “1시간 이상 자고 있다”고 답한 일화도 있었다. 특히 정 청장이 매 끼니를 도시락이나 이동밥차로 때운다는 사실이 업무추진비 이용 내역을 통해 전해졌을 때는 그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쏟아졌다.

이 전 대표는 “정부 안팎에서 이견이 적지 않게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지킨 일은 신뢰받는 의료인의 자세로 두고두고 평가될 것”이라며 “정 청장의 흔들림 없는 코로나 대처는 방역의 ‘교과서’, ‘모범국’, ‘선도국’이라는 국제적 칭호를 대한민국에 선사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정 청장은 문재인정부 5년의 성공적 방역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정 청장과 함께 일했던 것을 저도 자랑으로 간직하고 있다. 거듭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감염병 안전을 위해 24시간 가동하는 긴급상황실(EOC)을 방문해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정 청장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신뢰는 유독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를 역임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택으로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 자리에 오른 정 청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 그는 당시 주변에 정 청장에 대해 “그만한 사람이 없다”며 호평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질병관리청장에 백경란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를 임명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방역 사령관이던 정 청장은 청장 자리에서 퇴임한다. 정 청장은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 발생 이후 2년 4개월간 ‘K-방역’을 이끌어왔다.

정 청장의 퇴임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그를 향한 감사와 응원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코로나 시국에 공직자 중 이분만큼 고생한 분 없을 것” “전대미문의 전염병 앞에서 이 정도면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1995년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에 들어온 정 청장은 28년간 질병과 방역 관련 현장에서 헌신했다. 2017년 7월부터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은 그가 방역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4년 10개월 만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