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협치를 요청한 가운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이 해당 후보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여야 협치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다.
민주당이 일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협치의 조건’으로 못 박으면서 윤 대통령은 고심하는 모습이다. 정 후보자의 경우 임명 강행 요건이 갖춰졌지만 일주일째 결론을 미루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빠 찬스’ 논란이 컸던 정 후보자의 경우 윤 대통령이 민주당 등의 지적을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후보자의 경우 이르면 17일 임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할 경우 협치를 언급한 것과 별개로 민주당과는 강대강 대치 국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고용진 공보단장은 16일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 “진정으로 협치를 추구한다면 먼저 내각과 비서실에 부적절한 인물들을 발탁한 것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려는 장관 후보자들을 사퇴시켜 여야 협치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동안 보여준 모습은 ‘초당적 협력’의 토대를 만든다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내각 구성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저는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민주당에 손을 내밀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압박에 우선 정 후보자 등의 임명을 미루는 모양새다. 국회는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기한인 지난 9일까지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 역시 지난 13일까지였는데, 아직 윤 대통령은 임명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관건은 한동훈 후보자다.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와는 달리 한동훈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한동훈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은 16일까지였다. 이르면 17일부터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거론한 것과 별개로 민주당과 대결 구도가 지속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아직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비롯해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 등에 대한 인선을 남겨두고 있다.
추경안 심사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앞서 추경안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회 첫 시정연설을 통해 요청한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협조할 의사를 밝혔다. 다만 향후 윤 대통령의 인선 파장에 따라 추경안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