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신의 조카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나승철 변호사에게 맡겼다. 나 변호사는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당사자로 이 후보의 측근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 측은 최근 소송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부장판사 이유형)에 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지정하는 위임장을 제출했다.
나 변호사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당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이 사건 외에도 이 후보의 이른바 ‘친형 정신병원 입원’ 사건, 아내 김혜경씨의 ‘혜경궁 김씨’ 사건, 이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후보의 조폭 유착설을 보도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 고발의 법률대리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엔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아트센터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
이번 손배소는 이 후보 조카에게서 아내와 딸을 잃은 A씨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것이다. 그는 ‘이 후보가 최근 SNS에 조카의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이 후보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A씨는 계획적인 일가족 살인 사건을 두고 이 후보가 ‘데이트 폭력’이라고 주장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조카가 저지른 이 사건은 2006년 5월 발생했다. 이 후보 조카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서울 강동구 집을 찾아가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A씨도 이 후보 조카와 몸싸움을 벌이다 아파트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이 후보는 조카의 형사재판 1·2심에서 변호인을 맡았다. 그는 재판에서 조카의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이 후보 조카는 1·2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07년 2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24일 페이스북에 “제 일가의 1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 그 가족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되지 않아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사과할 목적으로 이 글을 적었지만 사건을 ‘데이트 살인’이 아닌 ‘데이트 폭력’으로 지칭한 것을 두고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후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은 다음 달 9일 열린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