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기재부의 나라냐’ 호통 1년 뒤…尹정부서 현실화

입력 2022-05-16 13:33 수정 2022-05-16 15:19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호통을 쳤다. 당시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에 기재부가 “세계에서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힘들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데 따른 대응이었다.

최근 윤석열정부 장·차관과 처·청급 기관장 인선이 마무리된 뒤 관가에서는 1년여 전 정 전 총리 발언이 회자되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말 기재부의 나라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다른 부처 차관과 주요 기관장 자리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5년 전 문재인정부 첫 차관 인사에서는 기재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에서 기재부 출신 차관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첫 차관 인사에서는 보건복지부(조규홍 1차관)와 문화체육관광부(조용만 2차관)에서 기재부 출신 차관들이 나왔다.

청장 인사에서도 기재부 출신 현직 간부들이 대거 약진했다. 최근 취임한 윤태식 관세청장, 이종욱 조달청장, 한훈 통계청장은 모두 지난주까지 기재부 1급 간부를 역임했던 인사들이다. 기재부 출신 통계청장 취임은 2011년 우기종 전 통계청장 임명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류근관·강신욱·황수경·박형수·유경준(현 국민의힘 의원) 전 청장 등 근래 몇년 간 통계청장은 모두 학자 출신이었다.

기재부의 약진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등을 손질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때부터 예고됐다는 반응이다. 개별 부처 중 가장 많은 파견자(6명)을 보냈고, 현재 대통령실에도 10여명의 국·과장급 기재부 간부들이 파견돼 있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16일 “기재부 최대 고질병인 인사 적체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다른 부처에서는 “기재부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기재부가 ‘부처 위의 부처’로 더 노골적으로 군림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