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을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와 5·18민주광장 등에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6일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5월 영령들이 잠든 5·18민주묘지를 찾는 추모객이 5월 들어서만 1만70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000여명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다.
주말과 휴일인 14일과 15일에도 5·18묘지를 방문하는 시민·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영령들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추모객들은 5·18민주묘지 곳곳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당시 5월 영령들이 외쳤던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를 되새겼다.
추모탑 앞에는 헌화와 분향, 묵념을 하려는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은 물론 부산·대구 등에서 온 추모객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5·18 42주년을 맞아 민주의 문에 비치된 방명록에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산화하신 넋을 기립니다’라는 등의 글을 남겼다.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는 “코로나19가 비교적 잠잠해진 덕분인지 5·18민주묘지에 추모·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42주년 전야제가 치러지는 17일 추모 물결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1980년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등 광주 구도심에도 추모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42년 전 민주화의 함성이 드높았던 역사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려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월길 방문자센터 오월지기 천관길씨는 “날씨도 화창해 전국 각지에서 5·18 유적지를 찾는 이들로 5·18민주광장과 금남로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광주에 온 이철준씨는 “말로만 듣던 옛 전남도청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바뀐 것도 처음 알았다”며 “정부가 늦게나마 복원사업을 추진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등은 5월 정신과 가치를 배우고 체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복원추진단은 이날 1980년 5월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 당시 발사한 총탄 흔적과 오래된 탄두를 공개하는 ‘특별전’을 개막했다. 6월말까지 진행되는 특별전에는 옛 전남도청 건물에서 발견한 탄흔과 과학적 조사방법으로 분석한 탄두 자료를 직접 볼 수 있다.
복원추진단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기초조사를 벌여 당시 계엄군이 사용한 M16 탄두 10개와 탄흔으로 의심되는 흔적 535개를 옛 전남도청에서 찾아냈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차 정밀 조사를 진행한 뒤 올해 9월부터 내년 10월까지 2차 정밀 조사를 한 후 식별된 탄흔을 영구 보존 처리할 방침이다.
5·18 기록관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1980년 5월에서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사를 250여점의 사진과 취재수첩, 육성녹음, 인터뷰 영상으로 엿볼 수 있는 ‘그들이 남긴 메시지-억압 속에 눌린 셔터’ 합동 전시회를 열고 있다.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5·18의 가치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옛 전남도청 본관과 별관, 회의실, 전남도경 본관, 민원실, 상무관 등 6개 건물을 1980년 당시 모습대로 복원하는 복원사업은 2024년까지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