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시집 논란’ 윤재순에 사과 요구…“탁현민도 사과했다”

입력 2022-05-16 10:26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과거 발간한 시집에서 성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비서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시작된 성비위 논란이 대통령실로 옮겨 붙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는 윤 비서관의 거취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비서관이 사과는 하되, 물러날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 비서관이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했던 여러 표현은 지난 20여년간 바뀐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일반적인 국민들의 시각과 큰 차이가 있다”며 “윤 비서관은 국민들에게 충분히 사과하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2002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출간한 시집에서 ‘전동차에서’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뉴시스

윤 비서관은 이 시에서 “전동차에서만은/ 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 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 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라고 적었다.

명백한 성추행을 ‘사내아이들의 보장된 자유’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었다. 윤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때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맡았던 최측근 인사다.

이 대표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007년 펴낸 ‘남자 마음 설명서’도 거론했다. 탁 전 비서관은 해당 저서에서 여성을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게 만드는 여자’ ‘바나나를 먹는 여자’ 등으로 분류해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탁 비서관도 책에서 서술한 내용이 부적절했던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 일이 있다”며 윤 비서관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 대표는 윤 비서관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금 대통령실은 과거 정부와 다르게 아주 컴팩트하게 구성돼 하루빨리 참모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비서관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논란을 빨리 해명하고 업무 적응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윤 비서관이 1996년과 2012년 회식 자리에서 성비위에 연루돼 각각 인사조치 및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가벼운 경고 처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윤 비서관이 과거 근무하던 기관 내부에서 중징계가 아닌 가벼운 경고 처분을 받은 것은 해당 기관에서 당시 상황을 참작해 내린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