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기간제 교사만 ‘고정급’ 위헌”…차이 아닌 차별로 인정

입력 2022-05-13 16:41 수정 2022-05-13 16:42
뉴시스

기간제 교사들도 임용고시에 합격한 정규직 교사와 차별 없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간제 교사가 정근 수당과 호봉 승급 대상 등에 포함되지 않고 고정급을 받는 것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이기선)는 전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기간제교사 25명이 정부와 서울시·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임금 반환 및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간제 교사들도 정규직 교사들과 다를 바 없는 교육공무원으로 보고 이들에게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기간제교사 6명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또 서울시와 경기도가 기간제교사 23명에게 1인당 최대 200여만원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기간제교사들은 정규교사와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도 임금 차별을 받고 있다며 2019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규교사와 달리 제때 정기승급이 되지 않아 받지 못한 정근수당 인상분과 전 소속 학교 근무 기간에 상응하는 정근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먼저 “기간제교원은 휴직한 정규교원을 대신해 교과목 수업을 담당하며 교사의 가장 주된 업무인 학생 교육과 수업에 관해 정규교원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못한 기간제교사를 정규교사와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기간제교원 선발도 정규교원 선발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임용고시는 교원 자격 소지자 중 ‘정년까지 교사로 근무할 사람’을 선정하는 절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 합격 여부를 들어 기간제교원과 정규교원 사이에 교사로서 능력이나 자질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건 쟁점 중 하나였던 기간제 교원이 호봉 승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공무원보수규정 8조에 따르면 정규직 교사는 1년의 재직 기간이 지날 때마다 다음 달 1일에 호봉이 승급된다. 반면 기간제 교사는 ‘8조에 따라 산정된 호봉 봉급을 지급하되,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유를 제외하고는 고정급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1년 이상 계약하더라도 호봉 승급에서 제외돼 왔던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규정을 두고 “동일한 노동을 하는 정규 교원보다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이는 평등원칙을 규정한 헌법 11조 및 근로기준법 6조를 위반한 차별로 봐야 한다”며 “피고 대한민국이 위헌·위법해 무효인 고정급 조항을 유지되게 한 것은 과실에 따른 위법한 직무 집행”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가가 호봉이 승급되지 않은 기간제교사들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 배상하도록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지자체들은 이 같은 규정을 따랐을 뿐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정규교사는 근무하는 학교가 변경돼도 근무한 기간만큼 정근수당을 받는 것과 달리 기간제교사는 임용된 학교가 바뀌면 현 소속 학교와 계약한 기간만큼만 정근수당을 받도록 한 서울시와 경기도의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이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자체들이 기간제교사들에게 정근수당 차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국가가 이 같은 정근수당 차별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