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외압’ 재판에서 “이 고검장이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관련 문서를 사후 승인해 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긴급 출국금지 문서에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가 사용된 것에 대해선 “언론 보도를 보고 사후에 알았다”고 언급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13일 이 고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 전 지검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이 고검장은 2019년 6월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겠다고 보고하자 외압을 가해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했다.
한 전 지검장은 2019년 3월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던 김 전 차관을 이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하던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이었다. 이 검사는 가짜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가 적힌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사용한 혐의 등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전 지검장은 이 검사가 2019년 3월 23일 새벽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 등을 보낸 것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 문서를 제가 눈으로 본 적이 전혀 본 적이 없다”며 “나중에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사후에 관련 보고를 받아 추인해 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변했다.
한 전 지검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2019년 3월 23일 오전 7시쯤 이 고검장에게 전화가 왔다고 진술했다. 이날 법정에선 당시 통화 내용에 대해 “3년 전 상황이라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김 전 차관 출국금지를 시행하려면 수사기관의 장이 하도록 돼 있는데, 제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을 (이 고검장이) 설명하고 제게 양해 내지 추인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한 전 지검장은 “당시 이 고검장에게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서울동부지검 업무는 관련성이 없으니 저희와 결부시키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 고검장이 한 전 지검장에게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이 출국금지 과정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