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상고심 사건 적체를 해결하고 재판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리할 사건을 사전에 심사하는 상고심사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1일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사법행정자문회의 제20차 회의(임시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결정했다.
회의에서 위원들은 상고심사제도 도입과 대법관 증원을 혼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과 매년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 심리가 필요한 사건을 사전에 선별하는 심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2심 판결에 불복해 매년 5만건 안팎의 상고가 이어지면서 대법관 1명이 한해 4000건 가량의 사건을 주심으로 맡아야 한다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위원들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를 충족하고, 상고 사건을 제때 처리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위원들은 “대법원 재판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가 중심이 돼야 하고, 제도 개선도 전원합의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려할 때, 대법관 증원은 필요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위원들은 또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이 아닌 원심 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적절한 상고를 줄이고 대법원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행정처는 상고이유서 사전 제출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왔다. 대법원은 1990년까지 ‘상고허가제’를 시행했지만, 국민이 대법원 재판을 받을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으로 이 제도를 폐지됐다. 1994년에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도입했으나 패소한 당사자가 판결 이유를 알지 못해 불신이 커지고, 정작 대법원의 업무도 줄어들지 않아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을 설치한다는 방안은 사실상 ‘4심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무산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