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윤석열 정부가 대응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 등을 두고 “국민의 시각을 호도하고 허점을 물타기 한 것”이라고 13일 비판했다. 또 언론이 별다른 지적 없이 ‘친절한 해석’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응에 대해 날을 세웠던 것과 온도 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 전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박수현의 질문(1) 진짜 강한 안보는?’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북한이 전날 오후 6시29분쯤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따른 정부 대응과 언론 보도를 문제 삼은 내용이었다.
박 전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사일 발사”라며 “합참이 대응의 수위를 어떻게 건의했는지 모르지만, 대통령실의 대응은 ‘첫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최소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라도 개최했어야 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낸 보도자료의 문구와 함께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을 문제 삼았다.
국가안보실 보도자료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여주기식 대처보다는 안보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실질적이고 엄정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형식보다 실질적 조치를 강구하는게 중요하며, 신속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박 전 수석은 “‘형식적 조치’와 ‘실질적 조치’로 대비하고, ‘보여주기식 대처’와 ‘실질적이고 엄정한 조치’로 비교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조치가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이었던 것처럼 국민의 시각을 호도하고 윤석열 정부 대응의 허점을 물타기 한 것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언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 전 수석은 “대부분 언론은 이 같은 지점을 지적하기는커녕, ‘NSC 대신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한 것은 북한의 도발에 민감하게 대응해 안보 불안감을 고조시키지 않는 한편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친절한 해석’으로 기사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NSC 상임위원회도 ‘솜방망이 대처’라고 비난했던 언론이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 내부회의인 상황점검회의도 ‘강경한 대응’이라고 제목까지 뽑아 준 지점에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라고 허탈해 했다.
박 전 수석은 이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에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대통령이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를 묻는 기사는 거의 없다”며 “심지어 기사에는 아예 언급조차 없는 대통령이 다른 회의를 주재하는 사진을 게재하여 마치 대통령이 즉시 NSC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 같은 착각까지 유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 시절,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의 대응과 언론의 보도를 생각하면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진짜 강한 안보를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전날 저녁 6시29분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지 약 40분 만에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안보상황점검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NSC와는 격이 다르다.
이날 안보상황점검회의는 김성한 안보실장 주재로 열렸다. 참석자는 국가안보실 김태효 제1차장, 신인호 제2차장 및 임상범 안보전략비서관, 이문희 외교비서관, 임기훈 국방비서관, 백태현 통일비서관 등이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에 따로 참여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아 NSC를 소집할 경우 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등과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해야 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